이 책을 읽지 않고 적군파는 물론 68운동, 테러리즘, 일본학생운동을 논할 수는 없으리라.
그러나 서평에 이 책의 내용을 요약하거나 부분적인 감상을 서술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세상에는 존재 자체로 가치 있는 것들이 있다. 대체 불가능한 기록이 있다. 이 책은 그런 부류에 속한다. 시게노부 후사코 정도의 테러리스트로 분류된 혁명가의 진솔한 자기 고백이란 아마도 전무후무하지 싶다. 그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한 세상의 어느 정치가가 이것과 비견될만한 자기 고백을 한 적이 있는가?
그런데 이 책을 밤새워 읽는 내내 든 의문은 이것이다.
이 출판사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책을 출간했을까?
역자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번역했을까?
그들은 자신들이 번역, 편집해 만든 이 책을 이해할 수 있을까?
차마 정식 출간 과정을 거쳐 세상에 펴낸 책이라기에 참혹한 수준이다.
무수한 오역과 오탈자, 문법상 오류 등은 말할 나위도 없고, 시대적 배경이나 단체, 사건에 대한 최소한의 설명이나 역주는 물론 적군파에 대한 기본적인 안내나 연표 자체도 없다. 솔직히 말하면 그런 것에 대해 무지하거나 뭐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이 책 출간에 참여하지 않았나 싶다. 그런 의문에 대한 대답은 역자 후기를 보면 민낯으로 드러난다. 이 책 역자는 역자 후기는 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이 책은 내용은 만점이고, 번역은 물론 책꼴, 편집 상태, 디자인, 표지, 본문 인쇄(흑백인데도 먹인쇄 상태가 오락가락하고 판이 흔들리기까지 한다) 등 책상태는 빵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