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부터 매년 출간되는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를 찾아보고 있는데, 지면에 실리는 내용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는 느낌이다. 올 해도 역시 인구 감소나 지방 소멸, 중산층 감소에 일본 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다양한 사례들을 전해주고 있다. 30년 가까이 정체되어 있던 일본의 부동산 가격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격히 상승했으며, 특히 도쿄를 포함한 대도시 중심부에 위치한 고급 맨션이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부동산 시장 상승의 실질적 수혜자는 대부분 자산을 이미 보유한 부자들이라면서 말이다. 한편 중산층의 경우 물가는 오르지만 임금은 정체되면서 가처분소득이 줄어들고 점점 빈곤화 되고 있다면서, 한때 일본에서 중산층이 쇼핑하는 곳으로 불리던 백화점이 이제 더 이상 중산층이 대상이 아니라고 말한다. 주가 상승과 자산 증식 효과로 소비 여력이 생긴 고소득층, 그리고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중심으로 고객이 재편되고 있다면서 말이다. 많은 백화점에서 의류 매장은 줄이고 고급 브랜드와 명품 매장, 식료품 매장의 비중을 늘리고 있는데, 한국의 주요 백화점들도 고소득층 고객을 겨냥한 전략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고 말한다. 일본 중산층 소비자들은 백화점이 아닌 아울렛과 쇼핑몰에서 쇼핑하며 가성비 높은 스파(SPA) 브랜드를 선택하고 있기에, 한때 백화점 매출의 핵심이었던 일본의 중가 의류 브랜드들도 백화점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고 언급한다. 일본에서는 전통적인 중장년층 부자들 외에도 젊은 신흥 부자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 이들은 온라인 접객을 선호하면서 구매 시 속도와 효율성을 중시하기에 쇼핑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 일과 중 짬이 날 때 백화점을 방문해 원하는 상품을 전용 라운지에서 확인하고 빠르게 구매를 진행한다고 말한다.
백화점의 고액 소비자 중 60% 이상은 익숙한 브랜드를 반복 구매하고 있는데, 이것은 자신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선택하는 경향을 반영하는 것이라 말한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가격 자체가 아니라 제품이 주는 가치와 자기 정체성과의 조화 여부라면서, 새로운 브랜드를 접할 때는 적은 금액으로 먼저 제품을 시험해본 뒤 품질에 대한 신뢰가 생기면 본격적으로 구매를 시작한다고 덧붙인다. 오늘날 소비자는 자신의 관심도가 낮은 영역에서는 철저하게 가성비를 따지지만, 관심도와 만족도가 높은 영역에선 주저 없이 돈을 쓴다면서, 고소득자 역시 소비를 무조건적으로 확대하지 않는다는 점을 언급한다. 도심과 지방 백화점 간의 양극화도 심해지고 있는데, 일본 내 지방 백화점의 폐점은 이미 수십년 전부터 시작되었지만 최근 들어 그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고 말한다. 그래서 지방 백화점의 경우 지역 주민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면서, 학원, 금융 서비스, 육아 지원, 지역 커뮤니티 기능 등을 중심으로 지역 밀착형 생활 거점으로 재탄생 중이라 말한다. 특히 역세권이 아닌 교외 점포는 음식점, 슈퍼마켓, 약국 등 소비자들의 일상에 밀접한 업태를 확대해 방문 빈도를 높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면서 말이다. 슈퍼마켓의 경우 저렴한 가격 뿐만 아니라 자체 기획 제품으로 인해 두꺼운 고객층을 형성하고 있는데, 슈퍼마켓이 상품의 기획부터 제조, 물류,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자체적으로 일관되게 수행하기 때문이라 말한다. 또한 고가 제품과 저가 제품의 양극화도 언급하고 있다. 단순히 가격 대비 성능을 넘어서 이제 소비자들은 경험과 감정적 만족을 추구하고 있는데, 브랜드는 기능성과 신뢰를 넘어 감성적으로 연결될 때 선택 받게 된다고 말한다.
저가 브랜드는 압도적 가성비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고가 브랜드는 감정적인 만족감을 전해주는데, 이 두 가지 요소 중 어느 하나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브랜드는 자연스럽게 외면 받기 마련이라면서 말이다. 특히 저가 브랜드들은 단순히 저렴하다는 점만 내세우지 않는다면서, 이들은 누구보다 가치에 충실한 제품을 제공하며 소비자의 합리적인 기준을 만족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결국 합리적인 가격에 기분 좋은 소비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브랜드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면서 말이다. 한편 소비자의 취향과 행동 패턴이 세대의 경계를 넘어 혼합되고 있다면서, 소비의 축이 연령, 세대에서 취향, 덕질, 좋아함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과거의 마케팅이 누구에게 팔 것인가를 고민했다면, 이제는 무엇이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가를 묻는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소비자를 하나의 속성으로 단순하게 규정하기보다 개별적 존재로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반적으로 인구가 감소하면 소비 시장도 작아지기 마련이지만 가치관이 수렴되면서 세대를 초월한 접근이 가능해지면, 오히려 메가 히트 상품이 탄생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또한 지금 젊은 세대는 참여형 이벤트 등 순간 소비를 중시하고 있는데, 소비자가 갖고 싶다 혹은 참여하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기획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제품의 우수성을 나열하는 대신, 그 제품이 소비자가 좋아하는 세계와 어떻게 감정적으로 연결되는지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면서 말이다. 이와 연관해 사지 않는 고객을 관찰하고, 그들이 원하는 새로운 가치를 제안하는 창의력이 중요한 시대라는 점도 언급한다. 서점을 커피를 마시며 머무는, 취향을 발견하는 장소로 재정의하기도 하고, 매달 일정액을 내고 서점 안의 책장 한 칸을 임대해 개인이 자신만의 작은 서점을 운영하는 사례도 같이 소개하고 있다.
이어서 지방 소멸의 가속화에 대응하여, 특정 지역과 지속적이고 다양한 형태로 관계를 맺는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들을 만들어낸 사례들을 소개해주고 있는데, 차별화된 음식과 색다른 체험은 지역을 살리는 해답이라 조언한다. 지방에 단순 관광이 아닌 도우미로 참여하는 체류형 관광 서비스가 눈길을 끌었는데, 일손이 부족한 지방의 농가에서 젊은이들이 농작업을 돕거나 호텔에서 접객 및 청소 같은 간단한 업무를 맡는 대가로 무료 숙박과 수고비를 받으며, 업무 시간 외에는 지역 탐방을 즐기는 서비스가 성행 중이라 말한다. 지방 소도시에서는 기업 주도로 첨단 시설과 콘텐츠를 갖춘 스포츠 아레나가 들어서면서 경기장 주변에 다시 사람들이 모이고 상권이 살아나고 있다는 것도 언급한다. 그 밖에도 1인 가구의 증가로 나만의 이자카야를 즐길 수 있는 닭고기 꼬치 전용 조리기 같이 1인 가구를 위한 가전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고 말한다. 정말 좋아하는 것은 오히려 혼자일 때 더 깊이 즐길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개인의 취향을 중시하는 트렌드와 맞물리며 더욱 강화되고 있다면서 말이다. 지금은 혼자가 좋다, 지금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와 같이 상황과 기분에 따라 스스로 선택하며 일상을 보내는 1인 가구들의 모습도 언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고령 1인 가구를 위한 셰어하우스와 함께 고령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부동산 회사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집주인으로부터 집을 빌려 고령자에게 임대하고, 입주 후 고령자를 돌보는 서비스까지 제공하기도 하며, 고령자들을 위한 온라인 유언 신탁 서비스나 고령자의 만남과 교류를 지원하는 서비스도 점차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