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에서 출간된 문현식 선생님의 ‘팝콘교실’의 발행일은 공교롭게도 2015년 5월 15일, 스승의 날이다. 초등학교 교사인 시인이 교실에서 만나는 아이들과의 삶을 풀어낸 시로 가득한 이 시집의 생일로 딱 적당한 날이 아닐까.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듯이 ‘누구나 주인공인 아이들의 모습을 동시로 써서’ 보여주고 싶은 시인의 마음이 잘 드러난 시집을 읽으며 그가 만나는 아이들의 톡톡 튀는 모습이 그려진다.
알갱이들아/ 계속 튀어라 / 멈추면 선생님이 냠냠 / 다 먹어 버릴지도 몰라.//(팝콘 교실)
선생님의 잔소리가 시작되면 / 창문이 열려 있는 곳을 확인하고/ 가만히 눈을 감아...
(중략)... 목성쯤 도착하면/ 잔소리가 끝나 가는지/ 실눈 뜨고 살짝 확인해./ 잔소리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우주선을 지구로 돌려야 하거든.//(잔소리가 시작되면)
선생님이 7단을 외우라고 한다면// 입은 조금만 벌리고/ 말은 빠르게/ 소리는 점점 작게. 숨은 쉬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말하면 돼// 자, 시작!/ 칠일은 칠칠이십사칠삼이십일칠사칠오칠오칠육칠육에칠칠칠칠은모르구칠할은몰라칠구도모르삼.(구구단 시험)
딩.동.댕./ 종소리 끝자락에 매달린 순간까지/ 숨을 몰아쉰다.// 쉬는 시간에 쉰 사람 아무도 없다//(쉬는 시간)
‘팝콘 교실’의 아이들은 제법 단단하다. 어른들이 짜놓은 틀 안에 있지만 결코 갇혀있지 않으며 나름의 생존 전략을 가지고 있다. 눈치껏 잔소리를 피할 줄도 알고, 구구단 시험도 가뿐히 넘긴다. 쉬는 시간에는 전력을 다해 시간을 가득 채워 놀 줄 아는 에너지를 가진 아이들이 보인다.어른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아무 생각이 없거나, 나약한 모습이 아니다. 자기들이 원하는 것을 알고 추구한다.
<우천으로 오늘 현장 학습은 연기되었습니다. 6교시 정상 수업을 실시하오니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담임교사 드림>/ 문자 한 통에 사나이가 흔들릴 수 있나./ 소풍 가방 그대로 집을 나선다. (나 혼자 현장 학습)
슈퍼 울트라급 초강력 태풍이 오면/ 운동장에 가서 우리 태풍 축구 하자. (태풍 축구)
아이들은 자기 바람대로 되지 않는 일에도 굴하지 않는다. 비로 현장학습이 취소되었다지만 혼자라도 현장 학습을 갈듯이 집을 나설 만큼 굽힘 없고, 태풍이 와서 어른들은 걱정하느라 벌벌 떨고 있을 때 ‘그물 찢어지는 강슛’을 때리는 상상을 하며 맞설 용기가 있는 아이들이다. 어쩌면 어른들이 바라는 아이들의 모습도 이런 모습일 것이다. 그래서 더 믿음직스럽기도 하다.
예뻐서 좋아하지 않을래요./ 내 마음대로 좋아할래요//(이제 말할래요)
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아이들이기에.
‘팝콘 교실’은 이처럼 아이들이 읽으면 통쾌함과 재미를 느낄 시들이 많이 있어 초등학생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외에도 아이들이 겉으로 내비치지 못하는 속마음을 담은 시,잔잔하게 마음을 다독이는 시도 여럿 있다. 동시가 꽤 넓은 독자층을 아우를 수 있는 장르임을 생각할 때 어쩌면 이런 동시는 어른들의 마음을 촉촉하게 만들어 줄 시가 아닐까. 아이들의 눈에 비친 세상의 이야기를 보며 어른들은 스스로를 돌아보고, 각자의 마음에 살고 있는 어린 아이를 보듬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구나 한때는 ‘태풍 축구’를 꿈꾸던 아이였으며, 지금도 ‘무사히 살아 돌아온 아들을/ 꼬옥 안아 주는/ 엄마를 상상’하는 작은 아이를 키우고 있을 것이니 말이다.
열심히 일만 하고 살아도/ 이런 억울한 일이 있다는 걸/ 바닥에 툭툭 떨어져/ 파르르 떠는 벌들을 보며/ 우리들은 깨닫게 되었다.//(배움)
교실에선 국어, 수학, 사회, 과학만 배우는 것이 아님을, 이런 ‘배움’도 있다는 것을 시가 아니라면 언제 생각해 볼 수 있을까. 지금, 아이와 함께 읽어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