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에 수업이라는 단어가 있어 ‘강의’를 정리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는데, 내용의 구성은 ‘인터뷰’를 정리한 것이다. 기존의 교육 컬리큘럼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도쿄대학의 수뇌들이 세계 속에서 경쟁할 수 있는 리더 발굴을 위해 특별한 육성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는데, 그 프로그램을 함게 만드는 사람들을 인터뷰해 책을 만들어냈다.
뽑아 내세운 ’과제설정’과 ‘문제해결’이라는 아젠다는 인터뷰 내용을 정리하면서 자연스럽게 도출된 것으로 보인다.과제설정의 사고력편을 보면 ‘발생생물학’ ‘노년학’ ‘은하천문학’ ‘중국철학’ ‘물성과학’ ‘언어뇌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등장한다. 기초라기 보다는 응용에 가깝고,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학문들이 절박하게 ‘융합’하는 혹은 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읽어내려가면 ‘우연’과 ‘필연’이 적절히 인간의 운명과 과학의 결과를 만들어 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그러한 학문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학문을 어떻게 진행하게 되느냐라는 점을 주목하고 쓰여졌다. 이들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탓일 수도 있겠지만 인터뷰에 임하는 모든 이들의 이미지는 남다르게 진지하여 좋았고, 자신의 분야에서 조금씩 연구를 넓혀가며 분명한 성과를 보여준다. 과학이란 분명한 성과가 없이는 단계를 뛰어넘을 수 없기 때문이다.
보통 일본의 과학을 말할 때 노벨상 몇 명이라는 문장으로 기를 죽이려 하는데, 그건 표면적인 숫자에 불과하다. 이 책을 통해 절감하는 것은 오늘날 일본 사회의 지식인의 태도와 수준이다. 일본을 지탱하고 있는 힘이다.
읽으면서 ‘언어뇌과학’을 연구하는 사카이 구니요시 선생편은 흥미로왔다. 사카이 선생이 언어의 체계와 뇌의 활동의 연관관계를 연구하게된 계기를 만들어준 분이 촘스키였다. 비슷한 시기에 MRI와 같이 도구가 살아있는 인간의 뇌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과학의 비약적인 발전이 그의 학문 전개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언어의 근간을 도출하겠다는 그의 스승 촘스키가 그러한 연구를 하게된 계기를 추론하는 한 문장은 사사롭지만 내게는 중요하게 읽힌다.
‘그의 이론은 유소년 시절부터 가정에서 배양된, 언어에 대한 통찰력에 힘입은 바가 크다’란다. ㅎㅎ 이거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