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음악
peterabbit 2021/08/23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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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은 자들의 도시를 위한 교향곡
- M. T. 앤더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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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0) - 2018-04-27
: 1,434
책을 읽고 비로소, 5번을 처음 들었을 때 왜 온몸에 슬픔이 퍼지고 전율과 감동으로 눈물이 났는지 알게 되었다.
레닌그라드가 스탈린에게 가족과 친구를 잃고 다시 나찌 손아귀에서 지옥이 된 후 살아남은 자들은 모두 사랑하는 사람이 몇명 또는 다 죽었으며 식량 조차 없었다. 거리엔 굶어 죽은 시체가 누워있고 인육을 먹거나 먹지 않기를 선택해야 했다. 쇼스타코비치는 그 곳에서 작곡했고 연주했다. 연주자들 중엔 공연 도중 굶주림으로 죽는 이도 있었다.
레닌그라드 시민들은 5번 초연을 듣고 모두 눈물을 쏟았다. 음악은 삶 자체였으며 고통이 연주되는 동안 그들은 고통을 토해낼 수 있었다. 음악으로 레닌그라드 사람들을 구한 것이다.
쇼스타코비치는 늘 음악이 삶이길 바랐다. 음악 자체로존재하는 머나먼 음표들은 현실 안에서 의미가 없다고 믿었다.
그 믿음을 가진 예술엔 무언가 다른 감동이 있다.
사람과 돈 사이에 소비재가 된 음악은 아무데서나 이어폰만으로 쉽게 들을 수 있지만 견딜 수 없는 무거움을 간직하고 있다. 엄청난 거리에서 오는 차가움과 공허. 그 허공의 불가사의한 무거움. 음악이 돈과 연결된 순간 그것은 그 자체로 전쟁 없이도 마음을 갉아먹는다. 미치지 않기 위해 무기력과 무심함을 또는 잔혹함을 선택했던 레닌그라드 사람들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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