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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로로 중사의 망상공간
  • 옥중에서 쓴 군인 남재준이 걸어온 길
  • 남재준
  • 27,000원 (10%1,500)
  • 2023-10-13
  • : 1,018

* 출판사와는 상관 없는 제3자에게서 선물받은 도서이며, 리뷰에는 대가성이 없음을 분명히 밝힙니다.

 

안 그런 장르가 어디 있겠냐마는, 특히 유명인의 회고록이나 자서전은 독자 입장에서는 복불복이다.

뭔가를 많이 가진 사람이 보이는 행동은, 그걸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려 하거나, 그걸 가지고 잘난척을 하거나 둘 중 하나뿐이다. 회고록이나 자서전을 쓸만큼 경험과 필력을 지닌 사람 역시 예외는 아니다. 그런 사람이 쓴 책은 정말 좋은 교훈을 담고 있거나, 자기 잘난척에 불과하거나 둘 중 하나뿐이다.

이 책은 평소 존경하던 분께 선물받았다. 내가 저자 남재준 씨에 대해 그 이전에 알고 있던 지식은 육군참모총장과 국정원장을 지냈고, 국정원장 시절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과의 사건 때문에 징역을 살았다는 것 정도였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이 책은 좋은 교훈과 잘난척 중 전자에 더 가깝다는 평가였다. 왜 그런 평가를 내렸는지를 이제부터 설명하고자 한다.

 

저자는 1944년생이다. 대일본제국의 식민지 조선의 신민으로 태어난 직후 독립과 6.25를 겪었고,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후 육군의 요직을 두루 거치며 육군참모총장까지 지냈다. 이러한 그의 이력만 봐도 왜 그가 대통령 후보 시절 <나는 대한민국이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는지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그는 대한민국이 독립 후에 겪었던 격동의 현대사를 고스란히 목격한 증인인 것이다. 때문에 이 책은, 한국의 보수들이 왜 그런 사고방식을 가질 수밖에 없었는지를 객관적으로 알 수 있게 해준다. 이는 독자 개개인의 정치 성향과는 상관없이, 그 세대를 이해하는 데 유익한 부분이다.

또한 이 책은, 장차 참모총장 또는 합참의장까지도 노리는 청년 장교와 사관생도, 사관후보생들에게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해 줄 것이다. 훌륭한 장교는 말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체력과 두뇌 면에서 사병들의 모범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그가 들인 노력, 그리고 책 이곳저곳에서 드러나는 그의 합리적이고 탁월한 지휘 철학은 훌륭한 장교를 꿈꾸는 젊은이들의 귀감이다. 특히 먹고 살만해진 오늘날에조차 공부 안 하는 장교, 스스로 생각할 줄 모르는 장교가 넘쳐나는데, 지독히도 못 먹고 못 살던 1960년대 임관자로서 올바른 군사학(특히 전쟁사)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부분에서는 21세기인이라는 점이 부끄러워질 지경이다. 또한 한국군에 마지막까지 현역으로 남았던 베트남 전쟁 참전용사 중 하나로서, 그가 베트남에서 겪었던 실전 경험의 소개 또한 이 책에서 귀중한 부분이었다. 군인이라는 직업의 그림자를 진하게 느끼게 해 주는 이런저런 에피소드들도 쓰디썼지만 현실적이었다.

 

다만 이 책에 그를 옥고를 치르게 한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다. 그리고 대통령 후보로서 진행했던 선거 운동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도 없다. 전역 후 현재까지 근 20년에 걸친 그의 행보를 이해하게 해주는 가장 중요한 사건들이 누락되어 있는 점은 감점 요소다.

 

결론적으로, 한국 보수층 중 노년 세대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고자 하고, 올바른 군인의 길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읽어볼만 하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4대강국에 낀데다 극심한 정신적 내전까지 겪고 있는 이 나라를 내우외환으로부터 지키려면 앞으로 무엇이 필요한가 하는 의문까지도 던져볼 수 있는 책이었다. 저자는 곧 세상을 떠나겠지만 우리는 아직 여기서 한참을 더 살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 중 대다수가 원하는 한국은 극단적인 사고방식에 빠진 스크리밍 마이너리티들이 지배하는 정신나간 나라는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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