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천재다. 함께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알 것이다. 개는 늘 우리를 바라본다. 우리가 밥을 먹을 때도, 티비를 볼 때도, 내가 외출을 할 채비를 할 때에도. 함께 잠을 청할 때면 등과 엉덩이를 몸에 기대고 지켜준다. 잠자던 중 조금이라도 위험 요소를 감지하면 무슨 일인지 살피고 관찰한다. 개의 시각과 청각, 신경 그리고 온 마음은 늘 우리를 향해 있다.
인류 역사를 돌아봐도 그렇다. 개는 진작에 늑대의 습성을 버리고 인간과 살기로 결정했다. 그들의 곁에 머물며 도왔다. 언젠가는 압도적인 신체 능력으로 사냥을 돕는 존재였고, 추위를 함께 나눠주는 따뜻한 존재, 우리를 미소 짓게 하는 행복의 존재이기도 했다. 개는 인간을 향해 있었고 인간에게 다가왔다. 반면, 인간은 아주 가까운 과거에서야 개를 반려동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개는 인간을 바라보며 귀를 접고 꼬리를 말아 올리는 동안 인간은 도구로써 개를 이용하며 편익만을 좇았다.
개의 인지 능력을 인간이 장악한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우리가 개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한 지는 고작 100년이 되지 않았으며 명확히 알려진 부분은 극히 일부분이라고 한다. <개는 천재다>의 저자는 듀크대학교의 진화인류학 교수와 제자이며 국내에서 잘 알려진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라는 책을 출간했다. 전작에서 개의 친화적인 면을 언급하며 생존에 관한 유리함을 인문학적으로 풀었다면, 이 책에서는 인간이 개를 가축화하여 퇴화시킨 것이 아니라, 개 스스로 자기 가축화 과정을 통해 인간과 함께하는 삶을 선택한 것이라는 점을 일러준다.
내가 홍시와 한 집에 살게 된 지도 거의 2년이 다 되어간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홍시와 같이 사는 삶은 이전의 삶보다 불편함이 더 많아졌다. 내가 아닌 다른 존재가 생을 마감할 때까지 함께하겠다는 다짐에는 동시에 무거운 책임이 따라붙기 때문이다. 모든 행동과 계획에는 돌봄 루틴이 포함되고 고려되어야만 하며 많은 제약들이 생겼다. 또한 내 삶의 방식과 기준은 새로 쓰이다시피 급히 변화했지만 단언컨대 나는 홍시와 함께한 덕분에 더 행복해졌다. 그런데 마음속에 계속해서 떠다니는 의문이 있었다. “어떻게 개는 사람에게 이런 사랑을 줄 수 있을까?”
책 속으로 다시 돌아가 그 이유를 찾아보자. 인간은 오랜 시간 개의 인지능력을 깨닫지 못했다. 반려동물로 인식한 이후에도, 개를 아끼고 사랑한다고 말하며 함께 살기 위해 그들의 자연스러운 습성과는 다른 인간의 편의에 초점이 맞춰진 훈련을 하며 이용하며 통제해왔다. 하지만 개는 어떤가. 이미 인간과 함께 하기를 결정하고 계속해서 표현하면서도 우리가 그들의 천재성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등지거나 떠나지 않는다. 그저 꼬리를 흔들며 귀를 접고 곁에 앉아 계속해서 할 수 있는 모든 형태로 사랑을 말하며 알아주기를 기다려왔다. 그리고 끊임없이 기다린다. 인간과 함께 살고자 한다.
자, 그렇다면 다시 한번 답해보자. 과연, 인간은 개보다 똑똑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