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1
shylish님의 서재
  • 인생
  • 위화
  • 12,600원 (10%700)
  • 2007-06-28
  • : 8,883

초등학교 5학년 때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함께 밥을 먹고 살을 부딪히며 지내던 사람을 더이상 볼 수 없게 된 첫 경험이었다.

한동안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떨칠 수 없었다. 그 이후를 알 수 없다는 것이 그렇게나 무서웠다.


요즘은 "죽음" 보다는 "삶"에 대한 두려움이 앞선다.

이후를 알 수 없는 건 "살아가는 것" 또한 마찬가지라는 것을 알게된 후부터-


소설 『인생』은 기구한 운명의 주인공 푸구이 삶을 들여다 보며 

되려 위로가 되어주는 책이다.


-

금수저 망나니였던 주인공 푸구이.

자기 맘대로 하고픈 거 다하며 살다 

도박으로 하루 아침에 모든 돈을 다 날리게 된다.


초가집으로 이사하게 된 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얼마 후 어머니가 아프셔서 성안으로 의원을 모시러 갔다가

군인으로 징집되어 몇 년간 전쟁터에 끌려다니다 임종도 지키지 못한다.

그 사이 딸아이 펑샤는 열병으로 말을 하지도 듣지도 못하게 되고,

한결같이 옆을 지키던 아내 자전은 병에 걸려 꽤 오래 병상에 누워있게 된다.


학교를 다니던 둘째 아들 유칭은 헌혈을 하다 사고로 목숨을 잃고,

시집간 첫째 딸 펑샤는 아이를 낳다 목숨을 잃고,

병상에 있던 아내 자전도 결국 두 아이들 곁으로 떠나고,

딸 대신 아들 역할을 하던 사위 얼시는 일하다 사고로 목숨을 잃고,

유일하게 남아있던 혈육인 손자 쿠건 마저 잃게 된다.


그 밖에도 소설 중간중간 꽤 많은 죽음을 마주쳐야 했던 푸구이의 삶.

그의 삶을 보며, 되려 살아가는 것에 대한 위로를 받았다.


사람은 살아간다는 것 자체를 위해 살아가지, 그 이외의 어떤 것을 위해 살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 p.14 (서문)


사람은 즐겁게 살 수만 있으면 가난 따위는 두렵지 않은 법이란다. -p.65


그는 과거를 회상하기 좋아했고, 자기 이야기 하는 걸 좋아했다. 마치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한 번, 또 한 번 그 삶을 다시 살아보는 것 같았다. 그의 이야기는 새의 발톱이  나뭇가지를 꽉 움켜잡듯 나를 단단히 사로잡았다. -p.72


내가 나 자신을 겁줄 필요는 없다고 말일세. 그게 다 운명인거지. 옛말에 큰 재난을 당하고도 죽지 않으면 훗날 반드시 복이 있을 거라 했네. -p.126


나는 이제 곧 황혼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어두운 밤이 하늘에서 내려오리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광활한 대지가 단단한 가슴을 드러내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부름의 자세다. 여인이 자기 아들딸을 부르듯이, 대지가 어두운 밤을 부르듯이. -p.326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