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편하면서 어려운-
서로에 대해 가장 많이 알면서도 가장 많이 다투는-
문득 생각이 날때면 미소를 짓는 동시에 눈물 나게 하는-
까마득한 어린시절 꽤 오랫동안 나에게는 수퍼히어로 였던-
"엄마"를 소재로 하는 글은 쉽게 공감할 수 있지만
많은 잔상을 남겨줘서 완독하는 데에 시간이 꽤나 걸린다.
딸 때문에 본인의 학업(유학)을 중단할 수 없었던 엄마.
딸을 대신해 손녀를 직접 키웠던 외할머니.
엄마의 부재와 무관심이 서운하기만 했던 주인공.
캐릭터가 전혀 예상을 빗나갔지만,
"엄마"라는 단어는 캐릭터의 독특함 보다는 공감대를 자아낸다.
딸들은 엄마들에게 뭐가 그리 서운하고 억울한게 많은건지.
사소한 말 한마디에 그리 상처를 받는다.
바깥에선 그 보다 훨씬 모진 상황을 아무렇지 않게 겪어 내면서도...
짧은 소설인데도, 자꾸 장면 장면 끊어 읽게 되어 꽤 오래 걸렸다.
백수린 소설가 글은 처음인데, 과하지 않은 감정선을 유지할 수 있어 좋았다.
평범을 가장한다고 했는데 그 말은 내 귀에도 비꾜는 것 같이 들렸다.- P79
나는 할머니의 그런 자유분방함이랄까, 천진난만함이랄까, 달빛 아래 핀 밤 벚꽃처럼 속절없이 화려하고 대책 없이 속된 면이 좋았다.- P84
우리는 타인이 하는 모든 말의 의도를 어떤 식으로든 알아낼 수 있다고 착각하지만 많은 경우 세상의 그 누구도 어떤 말의-심지어 자신이 한 말조차도- 의도를 명확히 아는 사람은 없으니까.- P118
사람이 다른 사람의 상처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는 진실이다. 정상적인 형태의 행복이라는 관념이 허상일 뿐인 것처럼. 물론 타인의 상처를 대하는 나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P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