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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이 고인다> 중 성탄특선 편
연인들을 로맨틱 코미디의 영화 속 주인공들로 만들어주는 날은 바로 성탄절이다. 이 특별하고도 로맨틱한 성탄절이 김애란 소설 속 주인공들에게는 허락되지 않는다. 이들이 성탄절을 영화처럼 즐기지 못하는 이유는 자본주의 사회의 '돈'과 관련이 있다. 돈은 사람들이 '보통의 기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평범함'을 누리게 해준다. '누리다'라는 단어는 '생활 속에서 마음껏 즐기거나 맛보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평범함'과 '누리다'라는 단어 사이에 괴리가 느껴지지 않는가? 평범함을 어떻게 즐길 수 있냔 말인가. 하지만 학력 자본이 소용없어진 시대, 개천에서 용이 나오지 않는 시대에는 평범해지는 것에도 엄청난 노력을 요구한다. 성탄특선 속 주인공은 소독한 델몬트 주스 유리병에 보리차를 담아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시원하게 마시는 것이 로망이다. 작가는 주인공의 이토록 평범한 소원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사회의 현실을 주인공의 대사를 빌어 고발한다. 그리고 우리들 삶이 항상 특선이 아니어도 된다고 위로한다. 까만 봉다리 속에 들어있는 선물이 이상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들의 삶은 항상 영화같지 않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