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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lylove98님의 서재
  • 어둠 속에서 헤엄치기
  • 토마시 예드로프스키
  • 13,500원 (10%750)
  • 2021-06-18
  • : 1,495



퀴어소설 <어둠 속에서 헤엄치기>

퀴어장르를 (많이) 좋아해서 전 세계의 영화, 드라마는 나오는 족족 자주 챙겨보는 사람이다.

소설로는 접해본 적이 거의 없다. '브로크백 마운틴' 단편집 하나 읽어본 적 있다.

장편 퀴어소설은 <어둠 속에서 헤엄치기>가 처음인 셈이다. 기대감이 엄청 컸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작가 토마시 예드로프스키 Tomasz Jedrowski

이 소설을 완성하기까지 장장 7년이 걸렸다고 한다.

작가 토마시의 부모님이 1981년에 폴란드를 떠났고, 버스를 타고 서독으로 갔다고 한다. 몇 달 후 폴란드에는 계엄령이 선포되었고, 국경이 봉쇄되었다.

작가가 독일 태생인데, 왜 폴란드가 배경인 소설을 썼지? 싶었는데 그의 부모님 시대의 얘기인 것을 어느 한 칼럼을 보고 알게되었다.

그 이후 폴란드가 자유시장 체제로 바뀐 후, 작가 토마시와 그의 부모님은 다시 폴란드로 돌아가 가족과 친구를 만났다.

여동생과 함께 참여한 카톨릭 여름 캠프에서 그는 처음으로 'faggot'이라는 단어를 들었고, 뜻은 모르지만 수치스러운 단어라고 여겼다. 그 수치심은 토마시를 계속 따라다녔으며, 부모님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성정체성을 억누르며 살았다고 한다.

칼럼에서는 작가 토마시가 최근(2020년 기준)에 커밍아웃을 했다고 나와있다. 토마시는 남편 로랑과 프랑스에서 함께하고 있다.

그가 이 소설을 쓴 배경은 아래과 같다. 이 고민들을 해결하기위해 그는 직접 폴란드 바르샤바로 갔고, 여러 자료조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그의 첫 장편소설인 <어둠 속에서 헤엄치기>다.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읽으니 더 소설이 와닿는 것 같다.

Could I have lived and loved in dignity in Communist Poland? What sacrifices would I have had to make? And would I have, invariably, yearned for the freedoms of the Capitalist world?

내가 폴란드 인민공화국에서 존엄하게 살고 사랑할 수 있었을까? 나는 어떤 희생을 해야했을까? 그리고 나는 자본주의 세계의 자유를 갈망했을까?

<어둠 속에서 헤엄치기>는 1980년대 사회주의 체제의 폴란드를 배경으로 했다.

세계 2차대전 이후 폴란드는 소련의 압박으로 '폴란드 인민 공화국'이 되었다. 그 이후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폴란드가 자유화 된다.

최근에 쇼팽이 폴란드 사람이란걸 처음 알게되고, 그 당시의 폴란드 역사를 조금 공부했었다. 그 이후, 이 책을 연달아 읽었더니 폴란드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여행도 가보고싶어지고 그랬다.


주인공(루드윅)이 과거를 회상하며 뉴욕 맨해튼에서 '너(야누시)'에게 편지를 보내는 것처럼 읊조리는 형식의 소설이다.

과거의 시점에서 생생하게 얘기를 들려주는 형식도 좋았을 테지만, 작가가 '편지를 보내듯'이라는 형식을 택했기 때문에 과거의 기억이 더 애틋하게 전해지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루드윅과 야누시는 어릴적 같은 동네에서 자란 동네친구다. 루드윅은 야누시를 보고 첫 눈에 반해버린다.

어느 날, 야누시 일가족이 하룻밤사이에 사라진다. 루드윅은 야누시를 떠나보냄에 큰 상처를 안게 된다.

이후 대학생이 되어서 간 의무 농활에서 루드윅은 야누시를 만나게 되고, 둘의 인연은 계속된다.

(묘사가 간질간질해서 나도모르게 숨어서 봐야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ㅎㅎ)

책 제목처럼 정말 어둠 속에서 헤엄치는 장면이 나올 때에는 고요한 호수와 어둠이 상상되었는데, 아 너무 좋았다.

여름과 정말 잘 어울리는 장면이 아닌가 싶었던.


주인공 루드윅과 야누시의 현실 대응 방식이 다르다.

근데 둘의 선택 모두 비난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 아닐까.

그 시대를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섣불리 옳다 그르다 말할 수가 없다.

퀴어소설이지만, '퀴어'라는 장르에 가두고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주인공이 남자 둘일 뿐이지, 그 안에서의 고민과 갈등은 다 똑같지 않은가.

읽으면서 과거 바르샤바의 풍경이 그려지기도 했고, 간질간질한 묘사에 설레기도 했다.

설레다가도 과거형으로 진행되는 '너에게' 말을 거는 듯한 문체 때문에 훅 슬픔이 밀려오곤 했다.

퀴어장르를 좋아하는 당신에게,

바르샤바의 풍경을 상상해보고 싶은 당신에게,

담백한 슬픔을 좋아하는 당신에게,

<어둠 속에서 헤엄치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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