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회 백지장은 무슨 장?
신랑은 마늘 사러 간다며, 팔다 남은 마늘을 집에 내려놓는다고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새벽 5시반 이면 일어나는 사람이 일어나서 바로 그거부터 할 것이지 과제물부터
쓴 것이다. 과제물은 아직 한참 남았는데, 중요한 거 순서대로 해야지 밥 먹고 출발 직전에
내려놓기 시작한 거다. 내 계획엔 없는 일이었다.
월요일이라 비염이랑 유방초음파 땜에 두 곳에 아침 먹고 병원에 갈려고 하던 참이었다.
생리 일주일 전이라 만사가 귀찮았다. 그래서 솔직히 도와주기 싫었지만, 내색 하지 않고
도와주었다. 빨리 갔다 와서 쉬라고 말이다. 생각보다 양이 많았다.
첨엔 할 만하다 점점 허리가 아파오고 팔도 아팠다.
수도 없이 다리를 구부렸다 폈다를 반복했다. 수백접이 넘게 내리고 또 내렸다.
한 시간이 넘게 작업이 이어졌다. 아프다는 내색도 안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신랑이 마늘 장사를 안 하는 날 ‘내가 춤을 출 것인데...에구 허리야 에구 다리야.’ 하며
입을 꼭 다물었다. 신랑은 속도 모르고 “에어로빅 만큼 운동되고 좋잖아.” 하며
“이거 하면 에어로빅 안 해도 되.” 하며 장난을 쳤다.
난 “이건 재미가 없잖어.” 하니
신랑은 “이것도 재밌어.” 하고 말을 받았다.
의자를 놓고 차에 올라가는데 무서웠다. 신랑은 서두르라 했다.
“그렇게 급하면 어제 하지 그랬슈?” 라고 농을 쳤다.
농담 한 거에 신랑은 언제 장에 갔다 와서 내려놓을 새가 있냐며 반색을 했다.
나는 신랑에게 “백지장도 맞들면 낫지?” 하니까
초등학교 일학년 땐가 백지장은 어떤 장인가? 그 것도 맛 이 들면 좋다. 라는
뜻인 줄 알았단다. 고추장을 좋아 했는데, 백지장 이란 게 있는 줄 알았단다.
일하면서 힘든데 신랑이 그런 얘길 해서 배꼽을 잡고 둘이 웃었다.
내가 웃으니 신랑도 따라 웃었다. 일하다 보니 처음 보는 동네 분들이 많이 지나갔다.
신랑은 정겹게 인사를 건냈다. 덩달아 나도 인사를 했다.
단독주택에 살아도 이웃 간 얼굴 보기 어려운 세대다.
지나가던 이웃이 마늘 이 좋고 싸다며 4접을 사주셨다. 고마웠다.
신랑은 알바 비를 준다는데 벼룩에 간을 내먹지 무슨 알바 비를 받냐고 말했다.
서둘러 신랑은 떠나고 온 흙먼지를 뒤 집어 쓰고 초전 박살이 됐다.
마당에 마늘 껍데기 비질을 거듭 당부하고 떠난 신랑을 뒤로 하고,
정말 비질이 젤 싫다며 투덜댔다. 손 하나 까딱 못하겠는데, 이딴 더 하기 싫을거 같아서
비질을 하기 시작했다. 의외로 쓱싹쓱싹 잘 쓸려서 기분이 좋았다.
이젠 좀 쉬려도 되건만, 거실과 베란다가 흙먼지로 가득해서 발바닥이 모레가 밟혀 또 쓸고
닦았다. 그리고 뻗어 버렸다. 꼭 병원에 가야 하는 날이기에 30분도 채 안돼서 일어나
자전거에 몸을 싣고 달렸다.
이빈후과가 사람이 어찌나 많던지 1시간 넘게 기다려야 된다고 했다.
그래서 그동안 초음파 검사를 받으러 내과에 갔다. 공단 검진하고 조밀 유방이라고 초음파
받아 보라고 해서 왔다고 했다. 지금 초음파는 좋아서 그렇지 옛날에 이런 물혹은 잡히지도
않았다고 하시며, 괜히 과잉 진료해서 환자만 걱정한다고 아주 진정한 의사 선생님으로
말씀하셨다. 초음파를 하면 압착 방사선 검사는 안 해도 되는 거냐고 여쭸더니 초음파로는
석회화를 알 수 없기 땜에 우선적으로 받아야 하는 것이 그것이고,
그다음에 이상이 있을 때 초음파를 하는 거라 하셨다.
요즘 정말 과잉 진료가 문제다. 그 예가 갑상선 암 검사라 한다.
학계에선 굳이 제거를 안 해도 된다고 보고 된 바 있다. 별 이상 없는데 의료비와 보험료만
올라 갈 뿐이다. 정말 중요한 거면 꼭 정밀한 진단이 필요하지만, 과잉 진료는 본인에게도
괴로움과 시간낭비 돈 낭비를 줄 뿐이다. 동네 의사 선생님처럼 양심의사가 많아서
과잉 진료를 안했으면 좋겠다.
고령 사회로 의료비용이 더 증가하는 시점에서 환자도 의사도 모두 각성해야 할 일이다.
신랑이 무사히 잘 오길 기도하며 저녁 준비를 하고 같이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 나눴다.
의성과 대구 두 군데를 들러 오느라 늦었다고, 점심은 만두로 때웠단다.
김치만둔데 맛이 별로 없었다고 한다. 먹고 싶다는 보리밥과 김치찌개를 게 눈 감추듯
맛있게 먹었다. 밥도 못 먹고 마늘 사러 돌아다닌 신랑이 너무 안쓰러워서
“애 썼네,애 썼어 얼마나 힘들었어?” 하고 위로해 줬다.
나도 검사하랴 치료하랴 집안일 하랴, 아침부터 쉬지 않고 힘들었지만
남편이 더 안쓰러웠다. 그러기에 만사가 귀찮아도 남편을 위해 맛있는 저녁을 준비하고 기다린 것이다. 무사히 와서 같이 밥 먹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둘 다 힘들어서 그런지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이야기를 나눴다. 항상 장에 같다오면 이야기를 해주는데,
힘들어서 며칠 이야길 안 해 주었었다. 음성 장에 화장실을 가는데 꽃집이 있다 .
거기 도깨비 방망이 같이 생긴 박이 조롱조롱 달렸다고 한다.
평생교육 워크샵 갔을 때, 도깨비공연에 쓰인 둥근 박이 올록볼록 진짜
도깨비 방망이 같이 생겨서 신기하게 본 기억이 있다.
그걸 매달린 걸 신랑이 봤다고 한다.
다음에 가면 사진 찍어서 보내라고 했다.
깎아 줘서 다시 왔다는 손님, 서울 사는데 작년에 축제에 왔다 사갔다가 맛있어서
또 왔다는 손님 , 앉을 자리와 차를 내준 대가로 요구르트, 사탕, 비타민 드링크를 주시는
할머니, 아주머니들...
조금 덜 남더라도 손님 입맛에 맞춰 싸게 해주는 신랑보고,
착해서 장사 잘하겠다고 칭찬 하시는 분.
신랑은 자기를 일부러 찾아온 모든 손님들이 고맙다고 했다. 그런 신랑이 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