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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화님의 서재

47회 배움의 참 목적

 

4학년의 마지막 출석수업 시험 날이다. 그런데 조치원 장날과 겹쳤다. 거기다 주말이다 주

 

말이면 일부러 오는 손님들이 있기에 장사가 잘 되는 날이다. 시험은 1시다 남편은 내가 도

 

와주면 자기가 오전 장을 잠깐 보고 시험 끝나고 와서 본다고 아르바이트를 부탁했다. 흔쾌

 

히 도와준다고 허락했다. 신랑은 아침 일찍 먼저 출발하고 나는 조금 늦게 기차를 타고 가

 

기로 했다. 8시 40분 기차라 8시에 콜택시를 불렀는데 택시가 없다고 문자가 왔다. 앞집 아

 

저씨께 부탁해서 기차역에 무사히 도착했다. 신랑은 마늘을 한참 내리고 정리하고 있었다.

 

9시 반이 안됐는데 손님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신랑이 파는 걸 30분가량 도와주며 지켜봤

 

다. 내 작두질이 서투르니까 자꾸 가르쳐주고 도와준다. 시간 늦었다며 빨리 가라고 남편을

 

재촉했다. 손님이

 

“ 아저씨 어디 가요?”

 

“대학생인데, 중간고사 보러 가요.”

 

“어머! 멋지시네요. 파이팅!” 하고 외쳐주셨다.

 

손님 때문에 가는 남편 얼굴도 잘 못 봤다 . 남편이 가르쳐 준대로 끝에 자르고 마늘 있는

 

데 자르니까 이중으로 잘라서 내겐 더 힘이 들었다. 내식대로 작두 안쪽에 마늘을 밀어 넣

 

고 조금씩 밀면서 천천히 잘랐다. 아침에 추워서 긴팔에 점퍼 까지 입고 갔는데, 연거푸 8

 

접을 자르고 또 5접을 잘랐다.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려 눈이 따가와 손수건으로 땀을 훔치며

 

작두질을 하고 또 했다. 손님은 줄서서 기다리지 점퍼 벗을 새도 없었다.

 

에어로빅 1시간 뛴 거 같았다. 그렇게 11시반 까지 쉴 새 없이 판 거 같다. 단골손님이 많

 

이 왔다. 남편을 찾았다. 시험 보러 갔다고 하니깐 참 반응도 다양하다.

 

“나이가 몇인데 공부는 뭐하러 한데요? 다른 일을 하시려고 하나? ”

“더 나은 삶을 살기위해, 성공하기 위해서 한데요.”

 

우리는 나서부터 부모교육을 받고 학교교육을 받고 사회교육을 받고, 왜 죽을 때 까지 배워

 

야 한다고 어르신들은 말씀하실까?

 

교육은 인간의 본능이며,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길을 가르쳐 주는 근본이기 때문이다. 일주

 

일전 신문 한 면을 꽉 차게 대서특필한 면이 있었다. 중3 수능 바뀌니 재수도 못하고 중2는

 

어떤 고교 갈지 부터 막막하다고, 현 중2와 중3을 김 상곤 세대라 빗대며 내신과 수능의 엇

 

박자로 배우는 과목과 시험과목이 달라 2가지 공부를 따로 해야 하는 부담이 있고, 재수 때

 

는 새로운 과목으로 수능의 패자 부활의 기회가 좁아진다는 내용이다. 교육부가 공약 맞추

 

려고 눈치보다 우왕좌왕한 결과라지만 교육관적 입장에서 보면 혀를 차지 않을 수밖에 없는

 

사태다. 교육관은 크게 실용중심 교육관, 학문중심 교육관, 교육중심 교육관으로 나눌 수 있

 

다. 전인교육과 지적향연, 자아실현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공부를 도구 삼아 출세와 명예,

 

부를 이루려는 실용중심 교육관에 초점을 두고 교육을 봤기 때문에 이런 고민과 문제를 낳

 

게 된 것이다. 지식의 바다에서 자기가 찾아야 되는데 양동이식 퍼붓기 교육으로 인해 아이

 

들의 정서는 점점 황폐해지고 그로 인한 올바르지 않은 인격 성장으로 각종 비행 청소년이

 

늘어만 간다.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폭행을 가한 부산 여중생 사건, 집단 성폭행, 학교폭력

 

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길을 가다 버젓이 담배를 피우는 학생, 내가 야단을 친다고 해서 피우지 않을 학생이 아니

 

었기에 조금만 피우라고 타이른 적이 있다. 아이들은 연신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

 

얘길 동료직원들에게 해줬더니 걔네들은 착한 애들이란다. 아이도 아이지만 아이들이 그렇

 

게 된 데에 어른으로써 책임이 있다는 맘에 부끄러워진다. 교육엔 정답이 없다지만 아이들

 

이 행복한 교육이 참다운 교육이 아닐까 한다. 시험은 떨어뜨리려고 보는 게 시험이다. 해마다 이리 바꾸고 저리 바꿔도 공부 잘하는 아이는 잘 보게 되어 있다. 신랑은 아는 대로

 

쓰고 중간고사를 무사히 마쳤단다. 시험 보는 것만도 정신이 없었을 텐데 간간히 두 번씩이

 

나 전화를 했다. 인정이 많아서 점심을 어떻게 먹어라. 도매 손님은 안 왔냐 그런 거로 전

 

화를 했다. 나중에 시험 끝나고 와서 이야기를 해보니 전에 예초기 돌리다 다친 적이 있어

 

서 작두질 하다 다치진 않았는지 걱정이 돼서 전화 한 거란다. 난 것도 모르고 어련히 알아

 

서 할려고 못 믿어서 그런가 하고 신랑의 전화를 미덥지 못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사람은 자기 식대로 생각하면 오해를 하기 십상이다. 말을 하고 얘기를 해야 그 사람의 진

 

심을 아는 것이다.

 

씨 마늘 50접을 배달한 일이 있었다. 원래 100접에 한 접을 주는 건데, 첫 손님이라 50접

 

에 한 접을 더 줬다. 분명 손님과 나와 같이 1접, 2접 하고 확인하면서 내려줬건만 1접이

 

모자란다고 전화가 온 것이다. 같이 세시고 그런 소릴 하시면 어떻하시냐고, 거기서 잘못

 

관리 하신 거 아니냐고 하고, 서운하시다니 이번만 다음 장에 한 접 더 드린다고 담엔 이런

 

일 있음 안 드린다고 말했다고 한다. 나는 신랑에게 좋은 일 하고 도 속상하겠다며 위로하

 

고 담엔 재차 확인하라고 일렀다. 신랑은 고생했다며, 맛있는 저녁을 사주었다. 신랑이 선택

 

해서 간 대학이지만, 공부하는 내내 이거 배워서 취업 할 것도 아니고 어따 써 먹을 거냐고

 

많이 투덜댔었다. 그럴 때 마다 졸업하면 당신 인생이 바뀔 거라며 그때마다 격려해 주었

 

다. 이제 기말고사만 남았다. 정말 내 말대로 신랑의 인격은 한층 성숙해지고 삶의 태도가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짜증낼 일도 덜 내고 , 말 하는 것도 교양 있고 품위가 있다. 이젠

 

신랑에게서 배우는 게 참 많다. 신랑도 나도 가을 한 낮 맛있게 익어가는 홍시 같다. 노사

 

연의 ‘바램’ 노래 가사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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