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남 얘기 같다면...
zero 2017/06/18 13:48
zero님을
차단하시겠습니까?
차단하면 사용자의 모든 글을
볼 수 없습니다.
- 詩누이
- 싱고
- 12,600원 (10%↓
700) - 2017-06-12
: 1,591
문자중독일 정도로 항상 뭔가 읽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한데 이상하게 시와 친해지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얼마 전 김춘수의 '꽃'이 섬광처럼 뇌리에 꽂히면서 이젠 시에 입문할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적절한 타이밍으로 <詩누이>를 만났다 -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맞긴 맞나보다.
이 책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詩 무식자를 위한 詩 사용 설명서'다. 사실 지금까지는 시를 읽을 때마다 '멋지긴 한데 그래서 나더러 어쩌라고'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백화점 쇼윈도우 속 팔등신 마네킹들이 걸친 '아름답지만 5등신인 내가 입을 수는 없는 옷'을 보는 느낌같았달까.
그림 그릴 때는 '싱고' 시를 쓸 때는 '신미나'인 작가는 푸근한 그림으로 일상적인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가족, 어린시절,인간관계, 그냥 지나치기 쉬운 삶 속의 찰라들, 사회문제까지. 그리고는 이야기의 끝에 마침표처럼 시 한편을 찍어 놓는다. 대부분의 이야기를 '맞아, 맞아' 무릎을 치거나 낄낄대며 웃거나 감정이 울컥해서 따라가던 나는 마지막에 만나는 시에 자연스럽게 몰입했다. 그렇게 하다보니 시가 가깝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물론 여전히 아무리 읽어도 도대체 뭔 소린가 싶은 시도 있다. 그건 아마도 내가 詩 무식자라서가 아니라 시인과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詩누이는 책꽂이에 꽂아두면 곶감 꺼내먹듯 시 한편씩 꺼내보는 재미도 쏠쏠할듯한 책이다. 그러다보면 지금은 생경하게만 느껴지는 시들도 거리를 좁혀올지도 모르겠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고양이 이응이의 등장 빈도가 기대에 못 미쳤다. 참새 방언으로 학위를 받았다는 지적인 고양이 이응씨의 활약을 은근히 기대했었나보다.
PC버전에서 작성한 글은 PC에서만 수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