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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oojisoo님의 서재
  •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
  • 목정원
  • 16,740원 (10%930)
  • 2021-10-15
  • : 10,055

“본 적 없이 사랑한 얼굴 앞에서,

그것이 진정 그 얼굴이 아님을 알고 있음에도,

나는 백 년 만에 처음으로 울고 싶어졌다”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은 아름다움에 대해 말하는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깨닫게 한다. 공연예술의 가장 큰 특징은 사라짐에 있다. 공연은 시간이 흐르면 소멸한다는 점에서 우리의 삶과 긴밀히 맞닿아 있다. 아름답고 행복한 것은 붙잡으려 해도 쉽게 잊히고 고통과 불편함은 오래도록 남아 우리를 놀라게 한다. 그리하여 되도록 많은 것을 기록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공연예술이론가 목정원은 예술을 대하는 태도와 그것을 우리 삶으로 기꺼이 끌어들이는 방식, 그리고 사랑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고백한다.

 

목정원은 오래전에 보았던 연극 「돈 지오반니」가 공연장에서 자신을 노래하게 했음을 회상한다. 그러나 관객이 주체가 되었던 그 기쁨과 충만함을 배제하면 강간과 살해를 일삼은 주체가 자유를 향해 노래를 부르는 것이 우리에게 폭력이 아닌지 자문한다. 끝까지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남겨주기 위해 공연예술이 짊어져야 하는 책임감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이와 동시에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눈을 감으시던 날을 떠올린다. 서로에게 ‘잘 자’라는 말을 남기고 노래를 이어가던 그날의 잔상을.

 

이 글을 읽고 한동안 콜포비아(전화 공포증)에 시달렸던 나를 떠올렸다. 전화 너머 상대가 내게 화를 낼 거라는 막연한 불안감, 전화를 끊으면 그가 사라질 거라는 공포에 떨었던 나날과 저자의 기억이 겹쳐지며 따스한 위로를 받았다. “나는 사라지지만 당신들은 울음을 계속 우세요. 나와 당신들이 외면하지 않은 세계의 아픔에 대해.”(88쪽)

 

목정원의 작업은 멀리 있던 공연예술을 우리 삶 가까이로 가져왔다. 아름다움이 결코 멀리 있지 않음을, 본 적도 없고 이미 흘러간 것을 사랑할 수 있음을 알려주었다. 아름다움을 향해 노래하는 우리는 이전과 다른 길을 찾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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