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다는 것 (강영안)
전작 ‘믿는 다는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아서 인지
‘읽는 다는 것’에 기대가 컸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라는 말이 있지만
결론적으로는 기대이상이었다.
저자는 읽는다는 것을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서 정리한다.
첫째는 문자와 읽는 행위를 철학과 성경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둘째는 읽기의 현상학/해석학/윤리학을 서술하며(믿는 다는 것의 서술 형식도 이와 같았다)
셋째는 성경을 일상의 삶에서 적용할 때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서술한다.
저자가 읽기에 대해 회상을 하면서 레슬리 뉴비긴과의 만남을 떠올린다.
그와의 대화에서 복음주의자는 성경을 읽지 않는다라는 말에
성경을 읽는 다는 것이 무엇인지 탐색하기 시작한다.
저자는 칸트와 가다머의 해석학적 물음을 논의한 후에 변혁적인 지식이 참된 지식이며 성경도 삶속에서 적용하면서 말씀대로 살아 보아야 비로소 읽는 다고 할 수 있음을 말한다. 즉 성경읽기는 알고 해석해서 바른 내용을 깨닫아 진리를 아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성경에 적용할 때 비로소 성경을 읽고 이해 할 수 있다.
저자는 문자와 읽기에 대한 철학적 배경을 크게 두 갈래로 설명한다.
먼저는 플라톤으로 대표되는 문자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이다. 실체를 문자로 온전히 표현 할 수 없다고 보는 입장이다. 반면에 후설 같은 현상학자들은 보이지 않는 세계의 실체를 문자로 표현할 수 있다고 보았다. 입장은 달랐지만 플라톤이나 후설 모두 문자 이전에 영혼에 새겨진 것을 찾는 일에는 일치한다.
결국 문자와 읽는 것에 대한 철학적 입장의 통합을 가져다주는 것이 바로 성경읽기라고 저자는 말한다. 성경은 사람의 말과 문자이지만 하나님의 숨결로 쓰인 하나님의 말씀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성경은 구원에 이르는 지혜를 알려주고 의롭고 선한 삶을 살도록 변화된 삶의 산출하도록 가능하게 만드는 책이다.
그렇다면 성경을 어떻게 읽어야 하나? 저자는 율법교사의 이야기를 통해 읽기와 의미를 통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말한다. 즉 텍스트를 향한 능동적으로 지성과 열정을 다해 읽어야 하지만 수동적으로 자신을 비워 말씀이 우리를 채우는 과정을 기다려야 한다. 결국 적극적으로 말씀을 읽고 적극적으로 말씀이 우리를 읽도록 말씀 앞에 우리의 삶을 내던져야 한다.
그런 읽기의 실천적 모습으로 저자는 동양적 독서방법으로는 주희의 방법을 말한다. 위기지학의 목적으로 글공부와 몸 공부와 마음공부를 일치시키는 독서방법을 소개한다. 반면 서양적 방법으로는 우리가 익히 들어본 렉시오 디비나를 이야기한다. 렉시오 디비나의 전통적인 방법을 소개하며 그 다음 단계로 마틴 루터의 신학방법에서 렉시오 디비나 전통에서 기도와 묵상의 순서와 관상을 고난과 영적씨름으로 바꾼 것에 대해 설명한다. 즉 렉시오 디비나가 관상을 목적으로 한다면 루터는 일상에서의 고난 가운데 씨름하는 신앙에 대해 강조한 것을 말해준다. 더 나아가 저자는 렉시오 디비나의 개신교 전통에서 잘 적용한 사람으로 유진 피터슨을 언급한다. 피터슨에게 관상은 읽고, 묵상하고, 기도한 텍스트를 나날의 일상에서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저자는 이런 전통을 기초로 말씀 읽기와 읽은 말씀으로 하는 기도 마지막으로 삶속에서 말씀을 기억하고 묵상하며 말씀을 실천함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이런 배경 하에 저자는 우리들 교회의 묵상방법에 대해 조명한다. 앞서 이야기한 성경읽기 방법과 동서양의 독서법에 우리들 교회의 묵상방법이 연결되어 있음을 조명한다. 앞서 이야기한 논의들을 우리들 교회의 묵상방법과 대비하며 신학적 적용하는 부분은 그동안 가볍게(?)인식했던 우리들 교회의 큐티목회를 묵직한 신학적 전통과 맞물러 있음을 증명했다.
이후 부분은 우리들 교회 세미나에서 제기된 성경을 어떤 책으로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성경은 인간의 글과 말로 기록된 책인 동시에 하나님의 말씀이자 삶을 변화 시키는 책이 될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그 방법으로 텍스트와 삶의 현실을 하나로 통합하는 인격적 읽기를 제안한다. 실천 방안으로 6가지의 방법들을 권하는데 결국 주관성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공동체와 연관된 읽기와 다양한 도구들의 사용하는 성경적 읽기와 적용이 인격적 읽기를 가능함을 이야기 한다. 더 나아가 성경적 읽기와 변화될 수 있는 삶을 연결하는 성령 하나님을 강조한다.
저자는 읽는 다는 것의 논의를 정리하면서 거꾸로 읽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반문한다. 읽지 않으면 세상을 보는 창을 얻을 수 없음을 언급하면서 우리 인생에 찾아오시는 하나님의 놀랍고도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성경을 읽어야 함을 강조한다. 또한 성경은 그리스도인의 존재 방식이며 삶의 환경이자 순례자의 일용할 양식이기에 제대로 바르게 읽어야 함을 강조한다. 왜냐하면 성경을 제대로 읽고 배움은 하나님이 원하시는 온전한 사람이 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다양한 방법으로 동서양과 신학과 철학을 넘나들며 논증과 설명으로 성경읽기가 단순한 독서가 아닌 하나님의 뜻 안에서 삶의 변화를 가져오는 읽기임을 이야기했다. 성경독서법이 아닌 성경체험법에 대한 이론과 실제를 본 듯하다. 결국 저자는 레슬리 뉴비긴이 제기한 성경을 읽지 않은 복음주의자의 모습에 대한 대답으로 성경을 읽는다는 것은 성경대로 살아간다는 것임을 우리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 책은 주는 가장 유익은 가벼운 독서마저 사라져가고 독서를 통한 사색과 사유의 자리에 인터넷 검색이 자리 잡은 세대에게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읽기의 중요성에 대해 깨우친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그리스도인들이 초기 한국기독교에서 보여줬던 하나님 말씀을 사랑하고 그 말씀대로 지키며 경험했던 삶의 변화들이 다시 일어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