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기 전에는 솔직히 조금 무거운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편견, 혐오, 가짜 뉴스, 정의 같은 말들이
아이 책과는 살짝 거리가 있어 보였거든요.
그런데 막상 책을 펼쳐 보니 이야기는 생각보다 훨씬 따뜻했고,
아이의 눈높이에서 천천히 마음으로 스며들었어요.
『왜 우리는 편을 가를까?』는 “누가 옳다, 누가 틀렸다”를 먼저 말하지 않아요.
대신 한 마을의 분위기가 어떻게 조금씩 바뀌는지를 보여줘요.
낯선 사람이 나타났고, 그를 잘 모른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은 걱정하기 시작하고 그 걱정은 소문이 되고
소문은 어느새 사실처럼 굳어져요.
이 흐름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읽으면서 더 마음이 쓰였어요.

우리가 실제로 살아가는 모습과 너무 닮아 있었거든요.
확인하지 않은 이야기, 누군가의 말 한마디,
그걸 그대로 믿어버리는 순간들까지요.
아이들은 어른들과 달랐어요.
카이, 레오, 설리는 처음부터 ‘의심’하지 않았고 먼저 다가가고, 듣고, 느껴요.
그 과정에서 음악이 등장하는데 그 장면들이 참 좋았어요.
말보다 먼저 마음이 닿는 느낌이랄까요.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특별히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아이 스스로 장면을 곱씹는 모습이 보였어요.
이야기 중반쯤에는 누군가를 무서워하게 되는 이유가 그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의 말 때문일 수도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느끼는 것 같았어요.
엄마인 저는 오히려 아이보다 더 불편해지는 장면들이 있었어요.
어른들이 침묵하거나, 상황을 지켜보기만 하거나,
괜히 일이 커질까 봐 외면하는 모습들이요.

아이들이 먼저 나서는 장면에서는 괜히 마음이 찔리기도 했어요.
이 책이 참 좋았던 점은 아이들이 정의로운 영웅처럼
과장되게 그려지지 않는다는 거예요.
아이들도 흔들리고, 실수하고, 두려워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이건 아닌 것 같아’라고 한 번 더 생각하고
조심스럽게 움직여요.

읽는 중간에 아이의 표정이 유독 진지해진 장면이 있었어요.
아마도 누군가를 지킨다는 게 큰 용기가 아니라
작은 선택에서 시작된다는 걸 느꼈던 순간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그 모습이 엄마 마음에는 오래 남았어요.
『왜 우리는 편을 가를까?』는 아이에게 세상을 가르치려 들지 않아요.
대신 “이럴 때 너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질문을 조용히 건네요.
그래서 읽고 나면 대답보다 생각이 남아요.

책을 덮고 나서 아이와 긴 대화를 하지는 않았지만 그날 이후로
뉴스를 보거나 이야기를 나눌 때 조금 더 조심스러워진 게 느껴졌어요.
사람을 이야기할 때 단정 짓기보다 한 번 더 생각하는 모습이요.
이 책은 아이에게만 필요한 책은 아니에요.
어른인 저에게도 “나는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해주는 책이었어요.
편을 가르는 세상에서 어떻게 함께 있을 수 있을지
조용히 묻게 만드는 이야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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