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웃과의 소통은 어떻게 시작될까요?
요즘은 아파트 복도에서 마주쳐도 모르는 사람처럼 지나치기 일쑤인데요.
아이와 함께 읽은 《마음이 머무는 담장, 꽃담》은
그런 우리에게 조용히, 그러나 깊이 있는 질문을 던져주었어요.

🌿 담장이 담은 따뜻한 마음
책을 펼치자마자, 따스하고 서정적인 그림이 마음을 감싸 안듯 다가왔어요.
조선 시대의 ‘니장’인 아버지를 따라 담장을 고치러 간 돌이,
그리고 양반 집 딸 아기씨.
서로 다른 신분, 너무도 다른 삶을 사는 두 아이가
‘무너진 담장’이라는 사건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예요.

처음엔 선아도 “둘이 친구가 될 수 있어?” 하며 의아해했지만,
읽을수록 돌이의 배려 깊은 마음과 아기씨의 용기가 마음에 와닿았는지
조용히 책장을 넘기며 집중하는 모습이었어요.
“그 꽃담, 진짜 위로가 되는 것 같아.”
선아의 말처럼 꽃담은 단지 예쁜 장식이 아니라
마음을 건네는, 따뜻한 소통의 방식이었던 거죠.

🧱 꽃담이 전해주는 전통 건축의 아름다움
이 책이 특히 좋았던 점은,
단순히 이야기만이 아니라 전통 건축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도 담겨 있다는 거예요.
돌과 흙, 기와를 사용해 자연 친화적으로 쌓아 올린 담장,
그 속에서 가족의 안녕을 비는 꽃과 나비의 문양,
그리고 담장을 탄탄히 다지는 ‘달구’와 ‘흙손’ 같은 도구까지.
전문 감수를 거친 디테일한 묘사가 살아 있어
마치 옛날 장인의 작업 현장에 와 있는 느낌이 들었답니다.
담장이 단절이 아닌 ‘연결의 구조물’이라는 인식,
그건 아마 우리 조상들이 자연과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요?

💬 조선 시대 생활과 교과 연계까지!
이 책은 초등 사회 3학년 1학기, 2학기 교과서 내용과도 딱 맞는 그림책이에요.
‘과거와 현재의 생활 모습’, ‘전통 가옥의 구조’에 대해 배우는 시기라
선아에게도 학습적으로 도움이 되었고,
무엇보다 강의처럼 딱딱하지 않고 이야기로 전개되다 보니
아이도 훨씬 더 잘 받아들였어요.

특히 ‘신분제 사회 속에서도 우정이 가능했을까?’ 하는 주제는
아이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죠.
선아는 “요즘에도 친구가 나랑 너무 달라 보이면 말 붙이기 어려운데,
돌이처럼 먼저 다가가면 좋을 것 같아.”라며
작은 실천을 생각해보는 눈빛을 보여주었어요.

‘무너진 담’은 다시 쌓을 수 있고,
무너진 마음도 꽃담처럼 아름답게 다시 연결될 수 있다는 걸
이 책이 조용히 알려주더라고요.

📖 《마음이 머무는 담장, 꽃담》은
소통의 진짜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그림책이자
아이의 눈으로도 어른의 마음으로도 오래도록 남을 이야기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