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군이 2차 세계대전에서 탁월한 전과를 올릴 수 있었던 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견해가 있겠으나, 작전술의 영역에서 독일이 다른 나라보다 앞서 있었다는 것도 원인의 하나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군사이론을 정치하게 다듬는 것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당시의 독일은 작전을 독립적인 영역이 아니라 전략의 가장 낮은 영역으로 분류하였으나, 작전이 군사전문가의 영역으로서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군사력을 어떻게 배치하고,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라는 점에 대한 인식은 충분히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독일군의 작전술과 관련하여, 2차대전 동안 가장 탁월한 역량을 보여준 장군으로 꼽히는 만슈타인의 회고록이 최근 국내에 (역자분의 개인적인 노력과 희생 덕분에) 출판되었다.
만슈타인은 전략적 열세를 우월한 작전술로 극복한 가장 유명한 사례(史例)인 황색작전의 모체가 된 작전 계획안(이른바 '만슈타인 플랜')을 작성하였다는 것과 스탈린그라드의 승리 직후 여세를 몰아 진격하는 소련군에 대항하여 동부전선에서 가장 화려한 역전극을 보여주었던 3차 하리코프 전역을 주도하였다는 것으로 당대 독일에서 가장 천재적인 장군이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러한 명성에 걸맞게, 만슈타인은 본인의 회고록에서 '만슈타인 플랜'의 작성 등 작전을 계획할 때 어떠한 점을 고려했고, 어떤 고민을 하였는지에 대하여 비교적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즉 일반적인 전쟁사 책이 전쟁이 어떻게 이루어졌는가에 집중한 것과 달리, 전쟁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에도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고, 이는 독자의 작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데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다. 비록 황색작전에서는 할더의 보복성 인사때문에 비교적 한직에 머물렀고, 동부전선에서는 히틀러의 단견으로 종전에서 1년이 더 남은 44. 3. 말에 해임되었기 때문에, 2차대전 전반을 다루고 있지 못하다는 아쉬움이 있으나, 그럼에도 독일군이 2차대전에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싸웠는지를 아는데 있어서 일독의 가치 이상이 있음은 분명한 책이다.
거기에 더해서 객관성을 상실한 저자의 자기변명과 당시 상황에 대해 생소한 독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서술이라는, 개인적인 회고록에서 종종 문제되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역자분이 군데군데 삽입한 만슈타인 평전과 기타 관련도서의 내용은 회고록을 그대로 번역한 책들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본서만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많은 장점을 생각하면, 개인 회고록인 탓에 상황의 이해를 돕기 위한 지도가 부족하다거나, (독일장군들이 패배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사용하는) 부족한 병력으로 무리한 목표를 강요하는 히틀러의 부당한 명령이라는 전형적인 묘사가 집요하게 반복된다거나 하는 문제는 거의 거슬리지 않는다. 만일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 독자라면, (국내에 이미 번역된 명저인) 전황에 대한 폭넓은 시각에서의 묘사가 담긴 '독소 전쟁사 1941~1945'와, 실제로 독일의 전쟁지도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상세히 서술한 '히틀러 최고사령부 1933~1945년'을 함께 읽는 것도 좋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