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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화님의 서재
  • 임진왜란 : 상
  • 임용한.조현영
  • 21,600원 (10%1,200)
  • 2024-07-05
  • : 2,490

자주 들어 익숙한 탓에 잘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자세한 내용까지 잘 알지 못하는 것들이 많이 있다. 내게는 임진왜란과 이순신 장군의 업적도 이 중 하나였다. 최근 인터넷을 하면서 명량해전이 12 대 133이 아니라 실제로는 1 대 133에 가까웠다던가, 전시임에도 불구하고 전라도의 내정을 함께 관할하면서 수군을 재건하고 남는 재정으로 조정에 지원까지 해주었다던가 하는 단편적인 사실들은 알 수 있었지만, 이순신 장군이 어떤 군대를 이끌고 어떻게 싸우고 어떻게 군대를 관리했기에 그런 업적을 이룰 수 있었는지는 잘 모르는 상태였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임진왜란과 이순신 장군을 전문적으로 다룬 책이 나왔다는 소식은 무척 반가웠다. 토크쇼 같은 것은 전혀 보지 않기에 저자가 유명한 분이라는 것은 몰랐지만, 적어도 전문 역사학자라는 약력은 최소한 말이 안되거나 기초적인 부분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은 없으리라는 신뢰를 주기에 충분했다.

책의 구성은 상당히 신선했다. 전문가가 쓴 책 답지 않게 구어체에 가까운 문체로 쓰여져 읽기 쉬웠고, 그럼에도 자료 조사를 충실히 한 흔적이 곳곳에 드러났으며, 사료에 근거를 둔 부분과 연구에 바탕을 둔 사실, 그리고 개인적인 추측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어서 오해의 소지도 없앴기 때문에 매우 만족스러웠다.

더구나 전쟁사 전문가 답게 사료가 현실에 맞지 않아 보이는 부분, 예를 들어 원균이 경상우군영의 군선을 불살랐다는 사료의 내용을 전문지식에 입각한 추측으로 메우는 것은 상당히 인상깊었다. 이순신이 이끄는 전라좌수영도 집결에 상당한 시간이 결렸는데, 원균이 집결에 필요한 시간보다 빨리 모든 군선을 불살랐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므로 각 주둔지에서 예상보다 훨씬 빠른 일본군의 진격소식을 듣고 병력이 모이기 전에 전선을 노획당할 가능성을 과대평가하여 자체적으로 불살랐다고 봐야 하고, 원균은 책임자이기 때문에 사료에 그렇게 기록되었다는 추측은 충분히 납득되는 설명이었다. 예전부터 잘 납득이 되지 않는 내용이었는데 의문이 확실히 해소된 것으로 여겨져 개인적으로 기뻤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부분은 선조가 이순신을 해임하고 원균을 임명한 것에 대하여 긴 지면을 할애하여 서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단순하게 선조가 파천으로 정통성을 잃어 의심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넘어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알고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균이 사후에도 1등공신의 지위를 유지한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웠는데 이에 대한 선조의 심리를 사료와 객관적인 상황을 근거로 열심히 고민하여 서술하고 있다. 이 부분만으로도 이 책을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고 권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내용은 제목대로 이 책은 임진왜란 上권이라는 점이다. 이순신에 중점을 둔 이번 책으로 끝이 아니라 임진왜란 전반을 다룬 下권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전쟁사 애호가로서 매우 기대되는 점이다. 졸필이나마 이 책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조금이라도 높여 下권이 확실하게 나오는데 기여했으면 좋겠다.

*네이버 카페 <세계대전 떡밥수용소 Gulag>의 서평이벤트에 참여하여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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