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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ja002님의 서재
  • 권현우
  • 12,600원 (10%700)
  • 2024-07-31
  • : 283

오늘 소개할 작품은 권현우 작가님의 소설 『 틈 』 (출판사 닿) 이다.

이 소설은 7개의 단편소설이 무지개처럼 모여 있다. 한 편 한 편이 영롱한.

단편을 쓰는 작가는 무조건 가치가 있다. 장편만큼이나 단편도 반드시 존재해야, 문학계가 균형적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문학 시장에 굉장히 유의미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숏폼처럼 짧은 콘텐츠에 익숙해진 요즘 시대에 걸맞는 소설전개 및 구성 방식.

한 편 한 편이 단편드라마 혹은 단편영화 같다는 생각이 든다(영상화를 해도 재미있을 듯)

권현우 작가님은 타고난 소설가이다. 권현우 작가님을 처음 뵌 것은 [독립출판프로젝트 7기] 첫 번째 수업 날이었다.

나의 오른편에 앉으셨던 작가님은 자신의 완성된 소설 원고를 이미 손에 들고 계셨다.

소설을 내신 것은 이번이 처음이시지만, 사실 권현우 작가님은 이미 스토리텔링에 단련이 된 분이시다.

'권선비'라는 닉네임으로 『인생, 네컷만화』 라는 인스타툰을 무려 5년 동안 연재하셨고, 그 안에는 '재미, 의미, 생각, 감동, 희망'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 삶에 대한 고찰이 가득 담겨있다(무려 400편의 만화가...!!)

시작에 앞서, 아래에 잠시 깨알홍보도 해 본다.


사진 출처 : 『인생, 네컷만화』 구글 폼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es3bO2xZyoVs47sN29dbtX6STk2BiJrbsfhNbx2oy3mjJpzA/viewform



하지만 오늘의 메인 책은 역시 『틈』 이니, 『틈』 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두 개의 흉터>

아동양육시설에서 발생한 아동학대를 목격한

한 사회복지사의 이야기 <출처 : 『틈』 책 소개>

"부모가 없는 아이들. 세상은 내가 매일 마주하고 있는 이 아이들을 그렇게 불렀다."

이 챕터는 제목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흉터가 두 개라는 사실에 '두 명'일 것이라는 추측은 있었지만 그 흉터의 주인이 과연 누구일지 궁금했다.

귀가 찢어져도 울지 않는 아이 현주

이어지는 폭언에도 꿈틀하지 않고, 아프냐는 물음에도 아니라고 답한다.

쉽게 기대했지만 쉽게 좌절하는 일상들

하나의 흉터는 화자의 것, 그리고 또 하나는...(스포일러가 될까 봐 침묵)


<신블리>

인플루언서 신블리와 그녀의 친구가

플로깅을 함께 하며 일어난 사건과 관련한 이야기 <출처 : 『틈』 책 소개>

#신블리 #플로깅 #인플루언서

SNS에 집착하다가 자신의 삶마져 SNS에 삼켜져버린 인플루언서의 삶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아이디는 신블리이지만 하는 행동은 러블리하지 않은 그녀. 그리고 1인칭 주인공 시점의 '나', 김현지

스포일러를 방지하기 위해 뒷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는 없지만, 신블리가 뒷부분에서 겪는 어떠한 비극은 권선징악의 시선에서 바라본다면 희극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한 신블리를 우습게 생각하던 '나'는 그녀의 손을 잡은 것을 계기로 또 다른 그녀가 된다.

또렷한 주제와 익살스러운 전개. 그리고 상황을 짐작하기에 충분한 묘사들. 가독성이 좋은 문장들이 매우 흥미로웠다.


<시미즈 만숀>

일본에 교환학생으로 있는 주인공이 겪는

일제시대와 지금을 묶는 이야기 <출처 : 『틈』 책 소개>


작가가 일본에 대한 관심이 많고, 어쩌면 일본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거나 가까운 사람 중 일본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 있는 것은 아닐까 추측하게 하는 생생한 묘사들이 있다. '시미즈 만숀' 자체도 맨션을 일본식으로 읽은 제목이라는 게 유쾌하다.

"거의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평소에는 핏빛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창백하게 있다가도 누군가가 눈길을 주고 있다는 거을 알면, 심폐소생술로 다시 살아난 사람처럼 발그레한 얼굴로 웃음 띈 얼굴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권현우 <틈> 시미즈 만숀___P63

인상깊었던 문장을 적어보았다. 일단 묘사도 엄청나지만, 내가 사실 이런 스타일인데(?)....일본 문화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마냥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게, 일본 사람들은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항상 친절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리액션을 하다(相づちを打つ)'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다. 내가 당신의 말에 경청하고 있다는 뜻.

내용은 첨예하게 대립하는 내용이 나오고, 굉장히 흥미롭다. 역사를 베이스로 한 이 대립은, 옆집에 사는 할아버지(전덕환)의 정체에 대한 것이다.

그는 피해자인가 혹은 악인인가? 그의 정체에 대한 주장은 전덕환(한국인)과 료스케(일본인)의 대립, 그리고 나아가서 국가와 국가의 대립으로 확장된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의자왕'이 떠올랐다. '의자왕과 3천궁녀' 이야기 또한 역사속에서 왜곡된 것이라 한다.

이 단편은 특히 마지막 엔딩이 마음에 들었다. 끊는 타이밍이 굉장히 센스가 넘치고, 독자로 하여금 생각할 여지를 남긴다.


<처음 하는 마지막 여행>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진 커플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떠나는 여행과 관련한 이야기

<출처 : 『틈』 책 소개>

요즘 유행하는 MBTI식으로 풀자면, 남자는 S, 여자는 N.

남자(태근)는 실패를 겪은 후, 세상에 대한 기대를 바라거나, 기적을 믿지 않는 사람이 되었고, 사실은 자신의 여자친구(선희)도 실패하기를 바라는 마음까지도 있다. 전에 어떤 남성이 자신의 여자친구의 '급'이 낮은 것 같다며 나에게 상담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순간이 떠올라서(뭐야, 현실고증을 너무 잘 한 거 아니냐고!) 소름이 돋았다.

"누구도 원망할 수 없는, 노력이 나에게 준 배신의 경험이 있었기에 선희의 실패를 기다렸다."

권현우 <틈> 처음 하는 마지막 여행___P102

선희는 회사에서 운영하는 어플리케이션 '립서비스'에 이용자들이 공감을 불러일으킬 글귀를 매일 올리고 있다. 태근은 '립서비스'라는 말 자체부터가 부정적인 의미라고 생각하고, 선희가 하는 일 또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선희에게 있어 글을 매일 올리는 행위는 그녀의 하루에서 굉장히 중요한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결말에서 선희가 도달한 곳(스포일러가 될까봐 자세히는 말할 수 없지만)은 자칫 부정적인 이미지로 보인다.

긍정적인 선희는 과연 닫혀있는 문을 열고, 희망적인 미래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까?




<세상에, 배신>

피해자도 가해자도 명확치 않은 상황에서

세상에 대한 배신을 하겠다는 여고생의 이야기

<출처 : 『틈』 책 소개>


묘사가 정말 생생했고, 여성으로서 얼굴을, 그것도 눈을 부상당하는 일이 어떤 일일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평생에 걸쳐 얼마나 큰 어려움을 겪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착한 마음씨는, 세상에 대한 배신을 결심하게 한다.

우리는 어떠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누구의 탓인지, 어떤 사람이 책임을 져야하는지 주목한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나 또한 세상을 배신할 수 있었을까?

"아버지를 닮아 웃을 때면 웃고 있는지 울고 있는지 알아 채기 힘들었다. "

권현우 <틈> 세상에, 배신___P164


<라오스에는 뭔가 있다>

라오스로 해외봉사를 간 대학생이 만난 한 명의 라오스인과의 이야기

<출처 : 『틈』 책 소개>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통하는 본질이 있다. 작가는 그것을 확실히 알고 있는 사람이다.

또 하나 궁금한 점은, 작가님이 라오스에 다녀오신 경험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것이다. 타지에 대한 묘사를 이처럼 생생하게 하려면 다녀온 경험이 있어야하는 게 아닐까.

주인공이 다치자, 자신의 일처럼 울어주었던 펩.

그런 펩을 통해 마음의 동요가 일어나는 주인공.

그 과정을 따라가다보니 내 심장도 그들의 이야기에 스며들었다.

추신 : '시미즈만숀에서도 그렇고, 라오스에는 뭔가 있다' 에서도 그렇고, 작가의 애국심이 느껴진다.

"하루키씨, 아직도 당신 책은 읽지 않았지만 라오스는 뭔가 있어요, 확실히."

권현우 <틈> 라오스에는 뭔가 있다___P212


<틈>

벽간소음으로 고통받는 주인공이 겪는 인간에 대한 고민의 이야기

<출처 : 『틈』 책 소개>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데 죽일 수 있을 정도면,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죽이고 싶은 것은, 인간 본연의 감정이 아니겠는가 하며 나만의 정당성을 만들기도 했지만, 결코 실행할 용기가 없었다."

권현우 <틈> 틈___P220

벽간소음으로 인해 고통받는 주인공은 살인을 결심할 정도로 감정이 치닫는다.

하지만 어떠한 사소한 계기로 인해, 그는 소음의 주인공인 옆집 사람과 마주하게 되고, 감정의 변화가 일어난다.

사람이 얼굴을 마주한다는 것에 얼마나 큰 효과가 있는지를 나도 요즘 느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과장이 아닌 현실에 기반한 사실임을 알 수 있었다.

소설의 타이틀이기도 한 '틈'.

각박한 일상 속에 사소한 틈 하나가 생긴다면, 우리는 그 틈을 비집고 또다른 세상을 볼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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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을 읽고>


"제 책은 재미있습니다."

우연히 모임이 겹쳐서 뵐 때마다 권현우 작가님께서 독자분들께 하셨던 말. 그 때마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작가가 자신의 입으로 재밌다고 하기가 쉽지가 않은데...'라고 생각했었고, 정말로 재미가 있는지 줄곧 궁금했다.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이 책은 정말 재미있다. 게다가 앞서 말했듯, 단편마다 다양한 색깔이 감돈다.

'작가의 말'에는 '소설을 쓸 때 생각했던 건 사람입니다'라고 적혀있다. 정말로 그러하다. 각기 다른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고, 서로 다른 이들의 생각과 감정이 얽히고 설키며 현상을 만들어 낸다.

앞으로도 소설을 꾸준히 내실 거라고도 적혀있는데, 정말로 한결같이 꾸준히 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여담이지만...>

권현우 작가님은 나와 같은 독립출판프로젝트 7기 동기이시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소설을 낸 사람은 권현우 작가님과 나, 단 둘이었는데, 나 말고 또 소설을 낸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시작부터 흥미로웠다.

권현우 작가님과 서로의 책을 교환한 후 서평을 써 주기로 약속을 했었는데, 나는 출판일이 바빠서 작가님의 서평을 제대로 써 드리지 못했고, 결국 해를 넘기고 말았다. 하지만 작가님께서는 해를 넘기기 전에 서평을 써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셨고, 나에게 크게 잘 될 작가라며 축복도 해 주셨다.

그런 작가님의 마음에 보답할 방법은, 나 또한 최선을 다해서 서평을 써 드리는 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작가님의 소설은 너무 재미있었고 나는 오히려 내가 자발적 서평단이 된 것을 후회하였다.

내가 구매한 후 후기로 썼더라면 더 진정성이 있어 보였을텐데!

부디 내가 줄곧 언급한 '재미있다' '유쾌하다' '익살스럽다' '재치있다'는 표현을 서평이라는 이름에 가려진 채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작가님께서 앞으로도 집필활동을 이어가셨으면 하고, 작가님의 초판 1쇄를 사인본으로 함께하게 되어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앞으로도 출판사 '닿' 이라는 이름처럼, 작가님께서 쓰신 소설이 독자들의 마음에 찾아가 닿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권현우 작가님 개인계정 @louis36kwon

권현우 작가님 그림계정 @kwon_sunbi

거의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평소에는 핏빛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창백하게 있다가도 누군가가 눈길을 주고 있다는 거을 알면, 심폐소생술로 다시 살아난 사람처럼 발그레한 얼굴로 웃음 띈 얼굴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P63
누구도 원망할 수 없는, 노력이 나에게 준 배신의 경험이 있었기에 선희의 실패를 기다렸다- P102
아버지를 닮아 웃을 때면 웃고 있는지 울고 있는지 알아 채기 힘들었다.- P164
하루키씨, 아직도 당신 책은 읽지 않았지만 라오스는 뭔가 있어요, 확실히.- P212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데 죽일 수 있을 정도면,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죽이고 싶은 것은, 인간 본연의 감정이 아니겠는가 하며 나만의 정당성을 만들기도 했지만, 결코 실행할 용기가 없었다-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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