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딸곁에 끝까지 함께 하려했고
딸도 엄마를 포기하지 않고 지키려 한
그 자체가 사랑이었다.
이 책을 읽고 어머니가 술과 끝내고 싶지만 끝낼 수 없는 블루스를 추듯, '시영'이라는 아이도 어머니의 기나긴 고통과 함께했구나 싶었습니다.
그 고통 속으로 들어가 자신은 아이임에도 엄마를 이해해보려 노력하고, 이해가 잘 되지 않을 때는 세상의 많은 불의를 참아보려 애쓰고, 어머니의 언행으로 인해 학교에서 눈치가 보이지만 눈을 돌리고 무감각해지려 했을 아이,
어머니의 음주 주기에 따라 기분이 날아갈듯 하다,
다시 취한 엄마를 보며 실망감을 어쩌지 못하는 아이,
어머니가 술을 마시지 않을 거라는 희망 고문에 빠지지 않으려 갖은 애를 쓰지만, 결국 그 고문에 발이 걸려 넘어지는,
엄마에게 기대하려 하지 않지만 종국에는 기대하는,
엄마와 같이 살고 싶지만 함께 살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이 모든 기대와 절망의 시소타기를 반복하다 진이 빠져 앉아있는, 아이의 모습이 그려져 책을 읽으며 마음이 아팠습니다.
어머니, 술, 나로 연결된
고통의 덩어리 속을 헤집고 들어가
몸부림치고 자책하고 후회하고 결국 이게 사랑이었구나
로 깨닫게 되는 이 뜨거운 기록을 읽어보시면 좋겠어요.
어머니 입장에서는
아무리 마음이 허전해도,
외로움으로 술에 기대도,
내 딸만큼은 잘 키우고 싶었음을.
내 딸은 "자고 나면 예쁘고
자고 나면 예쁘고"를
되뇌일 정도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음을.
딸의 어린 시절 자신의 다정한 눈빛, 따뜻한 손길, 맛깔스러운 음식 안에
어떻게든 찐한 사랑을 담고 싶었음을.
술을 마시지 않기 위해 했던
눈물겨운 노력은
역설적으로 내 딸을
그만큼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리고 싶지 않으셨을까?
어머니도, 한시영 작가에게도,
살아내느라 서로를 지키고 사랑하느라
애쓰셨다고 전하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