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유난히 싫어지는 어느 날 읽은 책
readream3 2021/05/13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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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유난히 좋아지는 어떤 날이 있다
- 김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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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0) - 2021-02-26
: 96
한줄평 : 내가 유난히 싫어지는 어느 날 읽은 책
기분이 처지는 날이었다.
김리하 작가님 신간이 2월에 나온 걸 알고 있었는데 이런 저런 일상의 자잘한 일로 읽는 게 늦어졌다.
아주 우울한 날, 문득 책 제목이 떠올라 책을 들춰봤다. 유난히 좋아지는 어떤 날이라니!
나는 그런 날이 있었을까? 싶었다. 바로 생각나지 않는 걸 보니 나는 유난히 '유난히'라는 형용사에 집착한 것 같다.
내가 나를 그렇게 좋아했던 날은 없었던 것 같다.
유난 떠는 성향이 아니고, 아는 언니가 말했듯 내가 너처럼 차분한 애를 본 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니..
유난까지는 아니고 쫌 좋네 이 정도? ㅎㅎ 궁금했다. 이 책을 읽으면 나도 유난히 나를 좋아하는 날이 올까?
김작가님께서 몇 년 전의 심한 우울감을 극복하신 과정을 블로그 글을 통해 알게 되었다.
매일 블로그 글쓰기, 매일 작가님 집 20층?까지 계단 오르기 실천하셨다.
어떻게 그렇게 하실 수 있었을까.. 이 책에 그 여정이 있다.
프롤로그에 작가님의 성품이 드러났다.
한창 우울할 때 오랜만에 만난 후배가 딸에게 준 용돈을 보고 후배의 말로 예전에 작가님 모습을 회상하다 '아,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지.'라고 느끼신 것 같다.
힘든 사람을 지나치지 못하고 함께 견뎌주고 힘 내라고 손에 뭐라도 쥐어주는 사람
선함, 인간다움, 공감, 연민, 실행, 눈에 보이지 않았던 작가님 스스로에 대한 가치를 다시 확인하는 순간이셨나보다. 그 일을 계기로 조금씩 더 나은 내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몸에 스며드셨던 것 같다.
일상에서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오이 소박이, 애호박, 아이의 작아진 옷에 시선이 머물러 단정한 글로 다시 풀어내는 작업을 담담히 오래 하신 것 같다. 좋은 수필은 손 끝에서 나온다. 손으로 직접 만지고 써야 진짜 수필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담백하고 자연스러운 수필을 오랜만에 읽었다.
작가님은 글처럼 단정하실 것 같은 인상..
박완서 작가님, 김재용 작가님, 은유 작가님 모두 작가만의 문체가 있다.
김작가님도. 완서체, 재용체, 은유체, 리하체라고 쓸 수 있을 만큼.
나도 그런 문체를 갖고 싶다.
글을 보면 아, 이거 ** 글이네 라고 알 수 있게.
그러나! 그런 문체를 갖는다는 건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에 나온 할머니의 대사처럼 하고 싶어서 하되, 오늘만 살 것처럼 애쓴 생에서 나온다는 걸 알기에..
오늘도 나만의 문체는 없지만 그냥 쓴다.
이 책을 읽고 갑자기 내가 좋아진 건 아니지만,
'그래, 이렇게 못난 나도 나의 일부지.' 라고 안쓰럽게 볼 수 있게 되었다.
다행히 책 속에 처방전이 있는 것처럼 책을 잡은 후부터는 기분이 더 나락으로 떨어지진 않았다.
이 책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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