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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피스  님의 서재
  • 삼국지 인생공부
  • 김태현
  • 17,550원 (10%970)
  • 2025-10-27
  • : 3,695



"삼국지" 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을 몇 권이나 읽었는지 이제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어린 시절부터 집에 있던 삽화가 실려있던 스케치북보다 더 커다란 삼국지부터 세로로 글이 쓰여저 있던 아주 오래된 삼국지까지 읽었다.

그 후 이문열의 삼국지를 거쳐 유명 작가들이 낸 삼국지들을 거의 다 읽었고 엄청난 두께를 자랑하던 제갈량 평전을 읽었다.

그 후로도 이렇게 삼국지나 삼국지에 등장했던 인물들을 주제로 한 책들은 눈에 띄는대로 다 읽었던 거 같다.

하지만 그렇게 읽어도 여전히 '삼국지'는 그 매력을 전혀 잃지 않는 거 같다.

진수의 삼국지가 가미가 되지 않은 단백한 맛이라면 나관중의 삼국지는 각종 조미료가 첨가되어 다양하고 자극적인 맛을 자랑하는 거 같다.

이 책의 저자인 '김태현'님의 인생공부 시리즈는 모두 읽었다.

앞서 읽었던 인생공부 책들도 많은 공부가 되었지만 역시 '삼국지'가 가진 매력적인 인간 군상들에 대한 탐구는 수 천년이 지난 지금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장 유명한 인물이기도 하고 가장 반대적 성향을 지닌 유비와 조조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그 시대가 원하는 인간상이 어떤 모습인지에 따라 바뀌는 것 또한 재밌는 현상이다.

도덕과 선의를 중시하는 유비를 이상적인 인간으로 여겼던 예전에는 조조는 그저 목적을 위해 무엇이든 하는 권모술수에 능한 악인으로 그려졌지만 현재에 와서는 적확한 목표를 정하고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주변 사람들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이를 적절히 이용하는 모습을 이상적인 인간상으로 여기게 되었다.

삼국지의 등장인물에서 지금의 '신'이 된 관우에 대해서는 당당한 자존심을 세우며 의를 다한 점은 존경스럽지만 당당을 넘어선 오만함으로 자신뿐만 아니라 장비와 유비 결론적으로 촉나라의 종말까지 앞당긴 점은 끝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조조와 순옥이 더 이상 미래를 함께할 수 없는 인연임을 깨닫는 말년의 시간들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끝맺음의 중요성을 더욱 깨닫게 해주는 거 같았다.

과거에 함께 했던 시간들이 서로에게 얼마나 필요한 시간이었다고 해도 그 인연의 유효기간이 끝났음을 서로가 인정해야 할 것이다.

유비와 제갈량이 같은 미래를 꿈꾸며 죽어서도 그 인연을 이어간 것에 비해 조조와 순옥은 서로가 바라는 미래가 달랐다.

이 책을 통해서 새삼 새롭게 알게 된 점이라면 감녕과 서황, 그리고 황충에 대한 것들이었다.

서황이 뛰어난 장군이라는 점은 알고 있었지만 그가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이상적인 리더이자 장군이었던 점을 새삼 발견할 수 있었다.

감녕 또한 자신의 젊은 시절 과오를 뛰어넘어 장수로서의 자질을 행동으로 보여주었고, 촉의 오호장군의 한 사람인 황충이 나이에 연연하지 않고 끝내 전장에서 숨을 거두는 모습은 다시 봐도 인상적이다.

제갈량과 사마의의 싸움은 유비와 조조의 싸움과는 다른 묘미가 있어 언제 봐도 재밌다.

자신을 견제하는 조조의 눈치를 살피며 언젠가 자신이 날개를 펼 날을 기다리는 사마의는 인내의 화신 그 자체인 거 같다.

제갈량과의 싸움에서도 그는 시간이 자신의 편임을 알았고 자신과 상대방의 약점을 정확히 파악했기에 그 기다림은 곧 자신과 자신의 후손들을 최후의 승자로 만들어준다.

삼국지의 인물들이 살았던 시대에 비해 세상은 많이 변했다.

하지만 인간은 그다지 변하지 않은 거 같다.

누군가는 자신의 힘을 과신하며 신이 주신 재능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패배한 채 절명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보다 뛰어난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줌으로 자신 역시도 역사에 이름을 남긴다.

어린 시절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외우는 것만도 버거웠던 삼국지는 이제 그 인물들 한 명 한 명의 작은 에피소드조차 그냥 넘길 수 없는 살아가는 교훈을 알려주는 지침서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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