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교육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부모로부터 충분한 사랑과 인정을 받아 자녀의 정서가 안정되면 성적은 자연스럽게 따라 올라갑니다.'
아이와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고 있지만 내가 주는 '사랑'이 전문가들이 말하는 '사랑'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회사일로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들 때에는 '돈'과 아이에 대한 '사랑'을 맞바꾸는 것만 같아 막연한 죄책감도 듭니다. 언제까지 '돈'을 위해 '사랑'을 포기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자사고 장학생되는 7단계 양육로드맵'은 자녀를 믿고 사랑하는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방법에 대하여 담백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이야기합니다. 아기시절의 사랑스러운 에피소드부터, 전교 부회장선거, 로봇배틀대회, 영어캠프, 자사고 면접당일 등의 주요 이벤트는 물론이고, 욕, 게임, 학교폭력 등 아슬아슬한 주제도 미화하거나 숨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들려줍니다.
보통의 워킹맘이라면 불안감에 휩싸여 진즉 회사를 포기했을 법도 하지만, 저자는 부모로써 그리고 한 사람의 인간으로써 고민하고 판단하여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고, 후회하지 않을 소중한 결과를 얻는 과정을 진솔하게 기록할 따름입니다. 나의 몫에 최선을 다하되, 아이의 몫은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을 질 수 있도록 믿고 응원합니다. 언제나 변치 않는 모습으로 돌아보면 그 자리에 있는 푸르른 소나무처럼요.
어른으로서 무슨 말을 들려줘야 하나, 짧은 순간 두뇌를 풀가동한다.
'넓은 마음으로 참으라고 해야 하나?'
어른인 나도 쉽지 않다.
'함께 흉보고 욕해줘야 하나?'
'그 친구랑 상대하지 말고, 무시하라고 해야 할까?'
뭐라고 얘기를 해줘야 할지 머릿속으로 고민만 하다 끝내는 아무 말도 못해줬다. 얘기해줘야 할 타이밍도 한참이나 지나있었다.
세상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그 다양성을 경험하려면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가 있으려나, 또 얼마나 많은 속상함을 경험하려나. 이런 일에는 내성이 생기지 않는다. 한 번, 두 번 겪을 수록 내성이 생겨 다단해진다면 좀 수월할 텐데 안타깝다. 미래에 벌어질 장면이 그려진다. 그때마다 매번 아파할 아들을 생각하니 당장 닥친 일도 아닌데 벌써부터 가슴 한쪽이 아려온다.
대신 겪어줄 수도 없고, 혼자 이겨내고 깨달아 가야 하는 부분이다. 그냥 지켜보며 기다리는 것밖에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아들이 훌쩍 커버린 지금, 지금의 나라면 어떤 말을 들려줄 수 있을까. 지금이라면 좋은 얘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고민한다. 짧지 안은 시간을 고민하지만 번뜩이는 말은 생각나지 않는다. 그때의 나처럼 여전히 말을 고르게 된다. 아이가 크면서 나도 함께 성장하고 지혜로워졌을 것 같은 기대는 그저 기대일 뿐이다. 예나 지금이나 한순간의 위기만 대충 넘기는 어설픈 엄마다.
그 때처럼 아이의 말을 경청한다. 아이가 느꼈던 감정에 동의하고 공감해준다. 그리고 어른이 사는 세상에도 그런 얄미운 인간은 있게 마련이라고 어른세상에 존재하는 유사한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어른이어도 현명한 답을 고민할 뿐이지 뾰족한 묘안은 없는 점을 솔직하게 인정한다. 아들의 말을 귀 기울여 들어주고 감정을 이해하는 것 만으로 위로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나 : 에고~속상했겠다. 듣는 나도 짜증나는데, 주연이 힘들었겠다.
나 : 근데, 어른이 사는 세계에도 그런 얄미운 사람 꼭 있다. 웃기지?
나 : 그냥 잊어버리자.
나 : 다른 사람들은 이럴 때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 좋은 방법이 없나?
살면서 가장 힘든 게 사람과의 관계에서 받는 스트레스이다. 다 큰 어른도 인간관계가 어려워 회사를 그만두고, 이별하고, 우울증을 겪는다. 그 정도로 뾰족한 정답은 없다는 얘기다. 계속 풀어나가야 하는 숙제다. 어른들의 세상도 아이들의 사회에서도 인간관계의 어려움은 똑같이 존재한다. (161-162page)
아직은 아이가 어려서 자사고에 보낼 수 있을런지 알 수 없지만 이건 확실히 알 것 같습니다. 워킹맘이라고 해서 아이에 대한 사랑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는 것. 그리고 내가 살아가는 지금은 아이와 맘껏 사랑할 수 있는 보물 같은 순간이라는 것.
평범한 일상을 소중한 추억으로 기록하기 위해 잊어왔던 육아일기를 다시 시작해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