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죽음'을 주제로 한 이야기는 무거운 주제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바쁜데,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는 것은 시간낭비인것 같기도 하고 또한 왠지 꺼림직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다행히 각당복지재단을 통해 보급되고 있는 죽음준비교육이나 웰다잉 세미나 등을 통해 우리 사회도 죽음에 대한 시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듯 하다.
나 역시 죽음준비교육과 기독교 죽음관을 통해 죽음을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도리어 삶을 더욱 충만하고 의미있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순기능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가능하면 인간의 유한성을 자주 되새기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이 책은 죽음준비교육이나 웰다잉과는 또다른 시각에서 죽음을 마주하도록 돕는다. 그것은 바로 사별자들의 경험과 입을 통해서 사랑하는 사람(자녀나 배우자 혹은 부모님)과의 사별 후 사별자들이 겪는 상실감과 고통, 슬픔 등에 얼마나 크고 깊은 것인지를 생생하게 들려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별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일이며, 예기치 않은 순간, 우리가 미처 준비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불청객처럼 어느날 불현듯 찾아올 수도 있다는 점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사별자들의 고통과 슬픔, 상처의 깊이가 얼마나 깊은지 느낄 수 있었고, 사별자들을 위로한다는 말들이 때로는 상처난 부위에 소금을 뿌리는 일이 될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또한 사별자들만의 인터넷 카페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사별자들만의 상실, 슬픔과 고통이 아니라 사별자들의 자녀들에게도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그들의 상실과 슬픔에 대해서도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어서 목회자인 나는 목회적으로 어떻게 사별자들과 사별 가정에 접근해야 하는지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되었다. 더구나 김기석 목사님이 사별자들에게 보내는 위로의 편지와 김민웅 교수님의 따뜻한 서평집은 보너스라고 할 수 있다.
내가 보기에 이 책은 웰다잉 강의나 교육을 할 때 필독서 상위권에 추천되어야 할만큼 충분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본다.
가족관계부에 인쇄된 남편의 이름 옆에 새로 쓰인 ‘사망‘이란 두 글자가 날 선 화살이 되어 내 심장에 꽂혔고 나는 차마 남편의 이름 옆을 다시 볼 수 없었다. 모든 과정들이 지루하고 힘들고 복잡하고 지치고 화가 났다. 한 사람이 죽고 나면 이렇게 복 잡하고 지루한 과정들을 거쳐야만 그의 삶이 정리되는 나라에 내가 살고 있다는 것을 처음 실감했다. -44쪽
사별한 누군가에게 "힘드시죠? 힘을 내세요!"라고 하는 나의 말은 남편의 죽음 이전과 이후로 달라 졌다. 같은 어휘지만 그 안에 스민 이해의 무게가 달라졌다. 나는 이 제야 겨우 고통을 품은 누군가를 이해하고 위로할 수 있는 진짜 언어를 배워 가고 있는 듯하다. -46쪽
인생에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남편에게 내일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듯 내게도 내일은 당연한 하루가 아니다. -93쪽
아이가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어른과 다를 수 있지만, 확실한 것은 아이도 달라진 현실을 인식하고 죽음을 이해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이에게 죽음을 감추는 것은 옳지 않다. 오히려 아이에게 죽음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하고 아이가 이해 할 수 있도록 설명해 주는 것이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마주했을 때 아이가 받을 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다. -28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