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째 별거중인 남편 해돌민들레 보시오.
틀에 박힌 일상으로부터 탈피해보겠다고 직장동료들과
한달이면 두 세번씩 날을 꼬박새가며 "뭔가를" 하며 노는 당신,
담날 생각해 보면 후회스럽다면서, 자신이 미틴 * 같이 느껴진다면서
마눌한테 엄청 미안해서 죽을 것 같은 얼굴을 하면서
여태껏 오히려 행동양태 무한 진화하면서....
인내심 별로인 마눌은 드디어 부부사이의 신뢰감이 무너져내리고 있음을
시인할 수 밖에 없었소. 당신은 여전히 마눌을 엄청, 절대적으로
신뢰할른지 모르겠지만 마눌 마음은 상처투성이 넝마쪼가리 같다는 얘기요.
애들 보기 민망해서 더 큰소리치고 싸우기도 기운 모자라
좀 떨어져 있어보자 한 게 벌써 8일째요.
남자랑 여자가 생겨먹기를 다르게 생겨먹었다던데 정말 그런가 보오.
하지만 남자나 여자나 사람이니 어떤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뭔가를 하려고 애쓰기 마련 아니겠소? 당신도 무지 애쓰긴 하는 것 같소.
근데 애만 쓰고 자신을 탓하기만 하고 사과 남발 오백배 하고 변화는 없는 것을 보니
내가 다 안타깝단 말이오.
당신 없는 사이 밤은 길고 상처 받은 마음은 쓰리고 할 일도 없어
꼬맹이 읽으라고 세계 역사 이야기 사면서 이 책도 샀다오.
신문에서 보던 칼럼이지만 제목부터가 나에게 힘을 주기위한 책 같아서
나를 위로하려고 산 것이오.
난 거의 다 읽었소. 우리가 언제 다시 동거를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동거 다시 시작하는 기념으로 이 책은 당신에게 줄 생각이오.
김어준 왈 "자기결정권" "자기 자신에 대한 공부" 이런 말 많이 강조하던데
이제 내일이면 사십되는 당신, 상황 탓 하지 말고
자신과 진지하게 맞대면, 응시하면서 당신 인생을 자고 나면 후회하는 스타일로
낭비하지 말았으면 하오.
이명박대통령의 비상식적인 정치를 비판할 수 있는 그런 건강한 정신으로
당신 삶도 냉정하고 담담하게 돌아보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오.
나도 당신과의 관계에서 지나치게 내 삶의 무게중심이 당신에게 쏠려있는 건 아닌가 하여
그 관심 좀 거둬들일까 하오.
행복한, 온전한 가정에 대한 환상 같은 거 멀리 밀쳐놓고 당신과 아이들에 대해
일정 거리두기를 연습해볼 참이라오. 아무래도 그래야 내 중년이, 노년이 평화로울 것
같아서 말이오. 다시 만날 때까지 건강하시오.
당신을 많이 사랑하지만
내 자존과 서로에 대한 예의가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마눌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