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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injoe100의 서재
  • 트릭
  • 도메니코 스타르노네
  • 15,750원 (10%870)
  • 2024-05-22
  • : 89

<트릭>은 전성기가 지난 동화 삽화가 다니엘레가 손자 마리오를 잠시 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과정을 다룬다.


책에서 동화에 나오는 ‘인자한’ 할아버지의 모습과 다니엘레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 그는 예술가의 영혼을 지녔고, 자존심이 세고, 자신이 시대에 이제 뒤쳐졌음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손자에 대한 애정은 있지만 자신의 커리어가 훨씬 중요하며, 거의 독신이나 다름 없는 태도를 보여준다. 

다시 말해, 그에게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그림이다. 그리고 이것은 그를 아집과 미련을 놓지 못하게 하는 유령으로 작동한다. 


그는 한때 꽤 유명한 삽화가였지만, 이제 어린 출판사 사장과 처음 본 손자에게조차 무시당한다. 동네 바텐더의 주인은 한때 자신에게도 그런 그림의 재능이 있었노라고 말한다. 이들은 다니엘레가 믿고 쌓아 온 굳건한 성을 흔들어 놓는다. 결국 비가 세차게 치는 날 베란다에 갇힌 다니엘레는 손자 마리오를 통해 현재 그의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인다. 오히려 인정함으로써, 그는 훨씬 편안해진다. 


소설은 다니엘레의 일종의 제령작업을 보여준다. 그의 과거는 그림으로 뒤덮여 있었지만, 그의 현재와 미래는 그것만은 아니다. 답지 않게 조숙하며 가르치기를 좋아하는 총명한 손자 마리오를 통해 그의 세계는 역으로 확장된다. 그는 더이상 헨리 제임스 때문에 고통받지도, 나폴리라는 곳의 난폭함으로부터 자신이 얼마나 도망쳐왔는지를 증명할 필요도 없으며, 다가오는 재능넘치는 후배 화가들로부터 쫓길 필요도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특히 ‘그것만을 위해’ 살아온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인정하기는 굉장히 괴롭다. 자기 인생 자체를, 마인드셋 자체를 통째로 뒤집어야 하니까. 오히려 젊은 시절 무언가를 시작하려고 발버둥 칠 때보다도 힘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간은 흐르고 사회는 변한다. 사람은 변할 수 없다고 하지만, 변화하는 세상에 힘주어 버티는 것은 오히려 불가능하다. 책을 통해 다니엘레의 마음에 공감하면서, 나의 미래도 동시에 떠올려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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