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숭배론>에서 다루는 ‘이상적 영웅’은 순전히 전사의 모습만 띄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신적인 측면을 강조하며, 영웅이 되기 위해서는 범인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책은 시대에 따른 자신이 생각하는 영웅의 정의에 부합하는 위인들을 나열하며, 그들이 공통적으로 지니는 가치를 찬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용기, 진실됨, 정의로움 등이 이런 영웅들이 가지는 미덕이다. 가변적이고 일시적인 속성을 띄는 외면보다는 영원하고 지속적인 내면의 미학을 작가는 강조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책이며, 영원한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책을 읽으면서 반복적으로 든 생각은, 굉장히 유신론적 사고(정확히는 칼뱅주의)에 기반한 책이었다는 점이다. 작가는 영웅과 범인 각각의 위치에서의 역할의 중요성을 분명히 인지한다.
흥미로웠던 것은 마호메트, 오딘 등 이교도의 대표격인 신들을 초기 영웅의 대표자로 불러들였다는 것인데, 읽으면서 굉장히 개신교도같다고 느꼈다. 먼저 무조건적으로 이교도라고 배격하는 것이 아니라 ‘나름의’ 의의를 갖는다는 점(물론 속내로는, 이들은 ‘진짜’가 아니지만 - ‘진짜’, 혹은 ‘진실’에 대해서 저자는 강조하는데, 어쨌거나 칼라일은 이들이 추종자가 있는 것은 소량이라도 ‘진실’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역설한다), 그리고 이 방식이 어떤 면에서 가장 이들과 대비되는 공리주의자의 실용적인 면모를 띈다는 점에서 굉장히 칼뱅주의자 같았다. 소박함, 순진함, 진실과 용기 등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것 역시 칼뱅주의자의 전형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