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 작가들의 자전적 글이 한국 작가의 자전적 글보다 훨씬 더 자기 자신에 대해 깊이 이야기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엠마뉘엘 카레르가 쓴 자전적 소설『나 아닌 다른 삶』도 그랬고, 이 책도 그렇다. 그런 글은 마치 한 사람을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느낌이 들어서, 기억에 오래 남는다. 일본의 혼네, 한국의 눈치...같은 단어가 생각난다.
* 어떤 남성 친구를 만나면, 인생의 최종 목표가 '화목한 가정을 꾸린 가장'인 것 같아서... 꼴보기 싫을 때가 있다. 남성권력의 재생산이 인생의 목표이자 끝인 것 같은 사람들. 그런 모습이 싫다는 건, 사실 내가 가진 그런 부분에 대한 혐오이기도 할 거다. 이 책을 읽다가 왜 이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잘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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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어머니보다 이 망상을 더 사랑했다. (...) 21세기의 ‘신가부장제‘는 우리에게 수동적이되 야심 찰 것을, 모성적이되 성적 활력이 넘칠 것을, 자기희생적이되 충족을 알 것을 요구했다. 즉 경제와 가정 영역에서 두루두루 멸시받으며 사는 와중에도 우리는 ‘강인한 현대 여성‘이어야 했다. 이렇다 보니 만사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게 일상사였지만, 정작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았다.- P25
초월적인 것이란 ‘너머‘를 뜻했고 내가 만일 ‘너머‘를 글로 쓸 수 있다면, 그게 정확히 무얼 의미하든 간에, 그럼 난 지금 있는 곳보다 더 나은 곳으로 도망칠 수 있을 터였다. 라빈처럼 나도 사랑에 물린 기분이었다.- P93
멀리사는 내게 목소리를 내라고 격려한 최초의 사람이었다. (...) 목소리가 들리지는 않았지만 멀리사가 내게 외치고 있는 말들이 소리 내어 말하기와 관련돼 있으며, 내가 바라는 바를 솔직히 인정하라는, 세상에 굴할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올곧이 살아가라는 호소와 관련돼 있다는 것만큼은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