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을 펼치기 전 우리는 열어보고 싶지 않은 판도라의 상자를 열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미 인류는 자연의 과도한 소모로 인한 원인과 결과에 대한 증상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돌이키기엔 너무 늦어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열어봐야한다. 혹시 기사회생의 기회가 남아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패치 인류세'란 개념자체가 조금 어렵게 다가온다.
'인류세'증상이 지구 전체에 균일하게 퍼지는 것이 아니라 특정 인프라가 설치된 장소를 중심으로 불규칙하게 얼룩덜룩 발생한다는 뜻이라는데 몇 장만 열어보면 금방 이해하게 된다.

인류는 어리석게도 지구가 영원히 우리에게 포근한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믿었다.
물어뜯고 상처내고 마구 퍼다써도 하염없이 누릴 줄 알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지구는 지쳤고 더 버틸 힘이 남아있지 않은 모양이다. 서서히 복수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폭발적으로 인간을 공격하고 있다. 인과응보인 셈이다.

어쩌면 인류는 커피를 맛볼 수 없는 위기를 맞을지도 모른다. 빙산이 녹아내려 홍수를 일으키고 한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네팔 사고에 비하면 아무것도 사고라 할 수도 없다 생각할지 모르지만 한 집 건너 들어서있는 커피전문점이 사라지고 잠시 시름을 잊는 행복한 시간이
날아가 버린다고 생각하면 우울해진다. 왜 커피를 못 마시는 위기가 닥칠지 이 책에 설명되어 있다.

불과 십 년전쯤에는 한 여름에 에어컨을 켜야 할 날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두 달 가량을 에어컨을 켜지 않고는 더위를 이겨낼 도리가 없다.
급속도로 지구가 더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녹지 않을 것 같은 백년설이나 빙하가 엄청난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그게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먹이사슬을 떠올려보면 이해하게 된다.
조그만 미생물 하나의 소멸이 인간의 소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너무 무섭다.

맛있는 고기를 먹기위해 사육되는 소는 엄청난 이산화탄소를 뿜어내고 지구가 정화할 시간조차 가질 수없는 속도로 환경을 파괴한다. 기후위기의 범인은 바로 인간이다.
어쩌면 내 세대까지는 살아남을지도 모르지만 후세의 미래는 장담하기 어렵다.
오늘 발사된 누리호의 약진이 남다르게 다가오는 이유이다. 도망갈 곳은 우주밖에 없다.
물의 부영양화로 인해 조류가 급속하게 번지는 호수는 결국 썩어간다. 자연의 순리를 방해한 인간은 점차 살아갈 공간을 잃어갈 것이다.
저자의 바람대로 인간과 생태계의 관계는 재정립이 가능할까.
책을 덮으면서 인간의 오만함이 부른 지금의 위기를 우리는 어떻게 이겨내야 할지 답이 너무 멀리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