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막연하게라도 알갱이란 뜻 정도는 알고 있었다. 자잘한 덩어리들?
그런데 결국 검색을 하게 되었다. 스토리에 등장하는 알맹이와 알갱이가 분명 다른데 어떻게 다른 의미로 은유한 것인지 알고싶었기 때문이다.

사전적 의미를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죽쩡이의 반대 개념쯤이 알맹이 일것이다.
자신이 그저 그런 알갱이인지 알찬 알맹이인지 알고 싶은 나이가 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주인공 현비쯤이 아닐까. 특히 유일한 친구였던 정미의 죽음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는 사건을 겪은 아이라면.

다들 현비에게 정미가 왜 죽은 거냐고 묻는다. 하지만 현비는 정미가 왜 스스로를 죽였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예감조차 느끼지 못했다. 절친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미의 언니인 유미가 거의 매일 현비를 찾아와 정미가 왜 죽었는지를 자꾸 묻는다.
모르겠다는 대답을 백만번쯤 한 것 같은데, 그래도 매일 와서 같은 걸 묻는다.

현비는 꽤 시크한 아이다. 거기에 귀신을 보는 능력까지 있다. 그런데 무서움도 느끼지 않는다.
다만 죽은 고모부 귀신은 보이는데 왜 정미는 보이지 않는지가 궁금하다.
뜬금없이 남의 집 소파밑에서 쭈그리고 있었던 고모부 귀신을 다시 보기위해 현비는 가슴을 보여달라는 남자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결국은 섹스라는 걸 한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고모부 귀신을 남의 집밖으로 끌어낸 현비에게 고모부가 죽고 싶은 마음들을 모아달라고 부탁한다.
그런게 모아질 수 있구나. 그걸 들고 귀신이 가야 할 길을 가고 마는 고모부는 정말 착한 사람이었네.
죽고 싶은 마음이...들 때가 왜 없었겠나. 그런 사람들이 한 둘이겠는가. 그걸 모아 담아서 어딘가로 끌고 갈 수 있다면 옥상에 올라가는 사람들이 적어지지 않을까.

장편소설이라고 하기엔 좀 짧다싶은 소설인데 스토리는 무겁다. 아니 정작 어린 나이임에도 외로움과 친구의 죽음이라는 사건을 겪은 현비는 외려 더 가볍게 보인다.
매일 매나 맞는 소윤이 그냥 재수가 없어서 맞고 사나 했는데 재수가 없는 짓을 해서 처맞는 거 구나 하면서 욕하는 장면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아하 현비야 욕도 할 줄 알았네.
박경리 선생은 알았어도 박지리라는 작가가 있었다는 걸 몰랐다.
누군가의 이름을 건 문학상을 탔다는 저자의 필력이 남달랐다.
어쩌면 현비를 좀 닮지 않았을까. 정미가 왜 죽었는지 끝까지 밝히지 않아서 살짝 서운했는데 그래서 더 빨리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독자를 끌어당기는 능력이 대단하다.
다음 작품에서는 웃는 장면이 더 많아졌으면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