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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눈이님의 서재
  • 오래 머무는 마음
  • 나태주
  • 16,200원 (10%↓900)
  • 2026-09-28
  • : 3,700

세상에 막 태어났을 때, 아직 때도 묻지 않았던 어릴 적의 나를 만나는 시간이 있다.

그리고 막 사랑이 움트던 시절의 나도 만난다. 바로 나태주의 시를 보면 거기에 그런 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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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닥 예쁠 것도 없고 기억해주는 사람도 별로 없는 야생초같은 내게 눈길을 멈추어주고 이름을 지어주고 '너도 예쁘다'라고 말해주니 서러웠던 마음이 사라지고 내 자신이 소중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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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서른자 정도의 글로 이런 힘을 건네는 시인의 마음은 얼마나 부자인가.

그 넉넉함이 내게도 전해지고 나도 누군가 포근히 안아주고 싶다는 따뜻함이 충전된다.

그래서 그의 시집을 보면 첫사랑을 만난 듯 설레이고 가마솥 가득 맛있는 요리를 해서 여기 저기 나누어주고 싶다는 인정마저 솟아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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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화양연화는 언제였던가. 그저 가난하고 초라했던 기억이 더 많았는데 그래도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시절은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해마다 봄이 오면, 꽃이 피면 언제였는지도 아득한 내 인생의 화양연화를 떠올린다.

봄이 오니, 꽃이 피니, 나도 한 시절 꽃이었던 것이 기억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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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니 사랑하는 마음보다는 미워하는 마음을 더 많이 품었던 것 같아 부끄럽다.

짧은 입맞춤의 기억만 가졌던 첫사랑을 보내면서 이루어지지 않음을 아파하지 않았고 더 이상 그를 사랑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었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그를 미워하지 않게 해달라고도 했다.

그 때의 내 마음을 시인은 지켜보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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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많은 사랑을 하고 얼마나 많은 그리움을 가져야 이런 시가 나올 수 있으려나.

지구의 저 건너편 나비가 날개를 펄럭이면 태풍으로 나에게 온다더니

그 바람속에는 내가 떠나보낸 사랑하는 사람의 숨결도 나를 그리워하는 슬픔도 묻어있었구나.

가을 바람이 부는 요즘 누군가가 간절히 그리워 이렇게 창문이 덜컹거리나 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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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가만이 쓸어본다. 쓸쓸했던 마음이 포근해지고 아무에게나 편지라도 쓰고 싶어진다.

이게 나태주의 힘이다. 살다가 때묻고 지치고 쉬고 싶어지면 다시 펼쳐보고 싶은 그런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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