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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눈이님의 서재
  • 나를 지키고 싶을 때 미술관에 갑니다
  • 오희승
  • 17,820원 (10%990)
  • 2026-07-25
  • : 4,880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부러 미술관에 간 적은 많지 않았다. 책은 무척 좋아하면서도 그림은 먼 나라의 일처럼 낯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몇 년전부터 꾸준하게 출간되는 그림에 관한 책들을 읽으면서 미술관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아주 오래전 출장길에 들렀던 루브르 미술관을 지금 다시 간다면 그 때보다 그림이 내 마음에 더 들어올 것만 같았다.


미술사를 전공한 저자였기에 남들보다 그림을 보는 시각이나 안목을 틀림없이 다를 것이다.

일단 화가들의 생을 알았을 것이고 그림을 그릴 당시의 상황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바라보는 그림은 확실히 더 마음에 닿지 않았겠는가.


혹시 몸이 불편했던 적이 있었을까. 불편한 몸으로 아이를 키우고 버텨내는 얘기들이 등장한다.

병원 대기실에서 우연히 본 모네의 그림도 물과 꽃이 있었던 것일까.

아마도 모네처럼 우울을 앓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아지기 힘든 병을 겪으면서 그녀의 마음을 움직였던 그림들은 화사한 풍경보다는 엄마와 아이, 아직 덜 성숙한 사춘기의 소녀,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시기를 지나는 것같은 요염한 여인의 나체였다.


짙푸른 바다위에 떠있는 요트의 그림에서 나는 강한 터치의 강렬함과 삶의 의지같은 것들을 느끼게 된다. 



저자 역시 울퉁불퉁한 수면 위에 우뚝 솟은 흰 돛들을 보면서 경쾌함과 시원함을 느꼈다고 한다.

틀에 박힌 일상을 벗어나 엄마로서, 아내로서, 딸로서의 삶이 아닌 나 자신이 되고 싶은 그런 강렬함이 아니었을까. 길을 잃지 않고 앞으로 힘차게 나아가는 힘찬 돛배같은.


'지나간 것은 결코 다시 돌아 오지 않는다'라는 제목을 보면서 아름다운 나신을 보니 가슴이 살짝 저려온다. 저 정도는 아니었겠지만 나도 아름다웠던 적이 있었던 것 같았기 때문이다.

스물 셋의 어느 날 충무로를 걷던 나는 '아 지금 이 시간이 나에게 가장 빛나는 시간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완벽한 나신이 아니라 가장 자신있고 젊다는 것만으로도 빛나는 그런 시간임을.

나를 지키고 싶을 때 나는 책을 읽는다.

저자처럼 미술관을 가도 좋다. 그런 대상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인생이 아니겠는가.

나의 삶을 붙들어주고 가만히 안아주는 그런 것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선택받은 인생이라 생각한다.

단순한 그림을 넘어서 화가의 인생이, 그 시간들이 겹쳐져 마음 깊숙히 파고드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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