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컬처블룸카페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람을 살게하고 혹은 죽게도 하는 가장 강력한 힘은 무엇일까? 돈?
나는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 놈의 '사랑'이 변덕이 심하고 갑자기 뜨거워졌다가 갑자기 차가와지는 속성을 지녔다는게 문제라고.

사진작가라는 직업을 지닌 사람은 참 행복하겠구나 싶었다. 특히 이렇게 결혼사진을 많이 찍는 사람이라면 그야말로 사랑에 미쳐서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 연인들의 모습을 얼마나 많이 담겠는가. 하지만 이런 행복할것만 같은 작업에서도 인간의 모든 모습이 나온다고 하니
아이러니하기만 하다. 물론 행복하게 세상을 다 가진 사랍들처럼 기록을 남기려는 커플들도 있지만 전날 싸웠는지 시큰둥을 넘어서 쌀쌀하기만 한 커플, 아예 예약을 취소해버리는 커플들까지 등장한다.
이건 또 약과이다. 사진을 찍어놓고 결별을 했으니 사진을 폐기해달라는 사람들도 있단다.

난감한 일이 생겨도 꼬치꼬치 캐묻지 않는단다. 혹시 그러다가 다시 그 사진을 찾겠다고 오는 커플도 있었을까. 결혼사진을, 만남의 추억을 찍겠다고 의뢰한 사람들의 사랑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나도 저자처럼
궁금했을 것이다. 비오는 날, 건너편에 우산을 든 여자에게 다가가 같이 쓸 수 없겠냐고 묻고 걷다가 시작되었다는 그런 사랑도 있었다. 운명이었겠지. 하필 그 날 내린 비도 조연출을 했고.
대단하게 시작될 것이라는 운명같은 사랑이 의외로 조용히 아무 예감없이 오기도 한다는 사실에 아직까지 연애를 시작조차 못하는 딸을 보면서 어쩌면 그 아이의 사랑도 조용히 다가오고 있는게 아닐까 기대하게 된다.

빛에 예민한 직업인지라 날씨를 자주 살피는데 하필 촬영일이 억수같은 비가 내리면 곱게 준비한 신부와 신랑, 작가까지 난감할 것이다. 하지만 그 도발적인 비를 배경으로 과감하게 촬영을 감행한 에피소드는 명작을 남기기도 했단다. 그러게 살다보면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만 있는게
아니니까. 생각지 못했던 폭우가 내리는 날에도 이렇게 과감하게 비를 뚫고 이겨내는 모습이 더 멋지지 않은가. 아마 그 커플은 살다가 힘든 일이 생기면 그 날을 떠올리면서 툭툭 털어내고 다시 힘을 얻을 것같다.

엊그제 읽었던 '선장의 항해일지'의 저자 이동현님의 결혼사진을 저자가 찍은 줄 몰랐는데 이렇게 만나니 참 반가웠다. 대단한 선장님이었는데. 이제 2세까지 생겼다고 하니 그 부부의 긴 항해가 무사하기를 기원해본다.
딸아이는 웨딩사진 전문업체에서 근무한다. 엊그제도 사진촬영을 한 커플이 찾아와 사진을 고르는데 4시간이 넘도록 선택을 하지 못해서 너무 힘들었다고 맥주 한 잔 해야겠단다.
역시 사진 촬영을 하고 파혼했다면 사진을 폐기해달라는 상황도 있단다.
살다가 이혼하는 일이 다반사인 세상에 그 정도야 뭐. 웨딩촬영을 하는 작가, 직원의 눈에는 세상에 이런일이..하는 순간을 너무 많이 만나는 것 같다. 사랑이 늘 아름답지만은 않은 현장을.
그럼에도, 사랑이 살아갈 힘이고 희망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