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컬처블룸카페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소감한마디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미혹'이다.
미혹: 무엇에 홀려 정신을 차리지 못함.
우리는 지금 미혹의 시대에 살고 있다. 집단으로 이성을 마비시키거나 최면에 걸린 듯한 현상을 겪으면서 살면서도 그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

줄리와 클로이는 쌍둥이 자매이다. 선대에 미국으로 이주한 아시안인의 후손이지만 철저히 미국인이라고 생각하던 줄리는 언니인 클로이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게된다.
어려서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고약한 이모집에서 성장한 쌍둥이들중 언니는 부잣집에 입양되어 부러울 것 없이 자랐고 줄리는 길러준 비용을 대라고 성화대는 이모집에 나와 마트에서 계산원으로 일하며 입에 풀칠이나 하는 삶을 살고 있다.

클로이는 어마어마한 팔로워수를 자랑하는 인플루언서로 뉴욕의 비싼 아파트에서 살지만 줄리와는 거의 연락을 끊고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카메라를 들이밀면서 집을 사주겠다고 달콤한 연기를 한다.
하지만 그것은 진실이었고 자신의 계정을 팔로우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 장면 또한 업로드된다. 클로이는 그런 여자로 성장했다. 목적을 위해선 쌍둥이 동생마저 팔아먹는.
근무하는 마트에서 슬쩍슬쩍 도둑질도 서슴치 않던 줄리에게 어느 날 클로이의 전화가 오면서 줄리의 삶은 완전히 달라진다.

줄리에겐 너무한 언니이긴 했지만 자신의 이름만 부른 채 전화가 끊긴 언니가 전화를 받지 않자 줄리는 뉴욕의 아파트로 찾아간다. 그리고 발견한 클로이의 시신!
줄리는 경찰에 신고했고 정직하게 진술을 하려고 했지만 이상하게 모든 사람들은 줄리를 인기 인플루언서인 클로이로 착각하고 줄리는 그저 그걸 부정하지 않은 채 이미 모든 걸 가진 클로이의 삶을 살기로 했을 뿐이었다.

클로이보다 살짝 살이 찌긴 했지만 줄리는 화려한 인플루언서의 삶을 산다.
자신을 추앙하는 사람들이 넘쳐서 행복했다. 돈도 넘치고 인기도 넘치고 모든 것이 완벽할 것만 같았던 거짓의 삶은 자신을 인플루언서의 길로 이끈 벨라 마리와 그 일당들과 함께 떠난 비밀스런 여행에서 막을 내리게 된다. 그리고 줄리는 7명의 삶을 끝장내버린 살인자로 전락하게 된다.
쌍둥이라도 눈치채기 어려울 정도로 닮을 수가 있을까.
살아온 환경이 너무 달랐기에 하다못해 피부도 언어도 미묘하게나마 차이가 났을텐데 말이다.
소설이니까 가능했을 일이다. 어찌되었든 하잘것 없던 삶에서 천국으로 향하는 반전의 삶은 달콤했다. 하지만 클로이의 죽음에 얽힌 비밀이 드러나고 줄리는 고민없이 진실을 향하게 된다.
이 소설의 스토리가 소설로만 이루어진 이야기가 아니고 현대인들이 미혹된 현실을 살아가는 모습을 꼬집은 것에 마음이 어둡기도 하다. 하지만 어쩌랴 그게 진실인걸.
독자들도 멀리서 부럽게 바라보기만 했던 인플루언서의 삶을 직접 경험해보는 짜릿함도 있다.
하지만 '미혹'에서 빠져나오는 지혜도 배울 수 있기를 아마 저자도 소망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