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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눈이님의 서재
  • 레클리스
  • 로빈 허턴
  • 17,820원 (10%990)
  • 2025-04-20
  • : 4,250

무모한이란 뜻을 지닌 레클리스란 이름의 말이 있었다.

한국의 가장 혼란한 시기에 태어나 극적인 삶을 살았던 말이었다.



현생에서는 말로 태어났지만 전생에서는 나라를 구한 대장군이었을지도 모른다.

제주의 토종마와 몽골마에서 태어난 '한라마'의 후예인 것으로 짐작되는 레클리스!

제주마는 몸집이 작지만 강하고 지구력이 뛰어나 험난한 지형을 잘 오르내릴 수 있다고 한다.

레클리스는 제주마와 영국에서 경주마로 개량된 서러브레이드 사이에서 태어난 종이란다.

양쪽의 장점을 가지고 태어난 레클리스는 가장 위기의 시대에 태어난 자신의 기량을 아낌없이 발휘한 해병대였다.


원래 주인은 기수로 '아침해'라고 이름지어준 말이 있었다. 그의 누나가 지뢰의 부상으로 다리를 잃자 의족을 마련하기 위해 미 해병대에게 '아침해'를 팔아야만 했다.

아마도 '아침해'의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더 큰 무대에 올라 수많은 승리를 쟁취해낼 그럴 운명!



한국전쟁의 격전지였던 연천의 네바다 전초 전투는 그야말로 포탄이 비처럼 쏟아지는 전장터였다. 그런 곳에서 88kg의 포탄을 등에 지고 나르는 말이 있었다니 믿어지는가.

그 전투에서 숨진 미군 병사의 수가 천을 넘었다고 하니 전쟁의 참혹함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런 곳에서 포탄을 지고 나르는 말이 있었다니. 죽을 고비가 한 두번이었겠는가.

당시 병사들은 포탄을 지고 부대를 나서는 레클리스가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것이라고 믿었단다.





레클리스는 살아남았고 당당하게 미 해병대의 군인이 되었다. 특히 재미있었던 것은 레클리스의 식성이었다. 말은 풀을 먹는 짐승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레클리스는 빵이나 땅콩버터를 넘어서 맥주를 즐기는 말이었단다. 아하. 그런 인간의 음식을 먹었음에도 말의 평균수명보다 오래 살아남았다니 정말 대단한 체력의 소유자가 아닌가.


이런 전쟁의 영웅이 있었다는걸 전혀 몰랐다. 그것도 우리 제주의 혈통의 말이었다니.

미 해병대는 레클리스를 자부심으로 생각했고 그의 이야기를 남기겠다고 결심했다.

미국과 제주에 있는 레클리스의 동상을 보니 얼마나 다부지고 영리하고 잘생긴 말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암말이었다는 것도 나중에 알았고 두 마리의 새끼를 낳았다고 한다.

과연 레클리스의 후손들은 이어졌을까. 그것이 궁금해졌다.

레클리스! 고맙다! 언젠가 만나게 되면 맥주 한 잔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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