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떠날 결심'을 해야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의 이유는 다양하다. 출장도 있을 수 있고 정말 닿지 못했던 곳에 대한 호기심, 지인의 초대, 그리고 여기 저자처럼 떠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만큼 힘든 현실도 이유가 될 것이다.

오랜 교직생활을 정리하고 헛헛했을 마음이 발원이었을지도 모른다.
오래전 우리에게 스승은-그 때는 스승이었다, 교사가 아니고-신성 불가침같은 존재였다.
물론 뒤로 수근거리며 별명으로 흉도 보고 만만해보이는 여교사의 경우는 대드는 경우도 없진 않았지만 스승은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까지는 아니어도 두려운 존재라고 여겼다.
지금은 결코 아니다. 그래서 요즘 정신나간 선생도 나오고 교권침해로 교직을 떠나는 사람도 많아졌다고 한다.

쓰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것이 마치 무병(巫病)을 앓는 것 같다고 했던 유명 작가의 말처럼 아마 저자는 떠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던 뭔가가 있었던 것 같다.
나름 사람마다 여행을 즐기는 스타일이 있는데 가이드가 있는 단체여행, 혹은 철저하게 홀로 즐기는 배낭여행, 이 둘을 잘 섞은 합리적 여행등등...
몸이 오싹해질 정도의 밀림을 홀로 걸으면서 공포감을 느꼈다는 장면에서 읽는 나도 찬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이래서 나는 배낭여행이 두렵다.
엊그제 봤던 유튜브에서도 일본으로 등산을 떠났던 한국 남성의 실종사건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했고 홀로여행객들의 사건들이 의외로 많아서 씩씩하게 홀로 떠나는건 못할 것 같다.

초라한 행색으로 가이드를 하거나 관광객을 위한 음식을 팔고, 심지어 1달러를 외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때로는 가장의 무거움을, 자본주의의 씁쓸함을 느끼는 장면은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 같았다. 너무 사랑하지만 두고 온 딸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가족에 대한 책임감으로 평생 고생하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추억하는 장면에서 마음이 짠해왔다.
그게 바로 사랑인데...늘 더 해주지 못한 것들만 생각나게 하는게 가족인데.

라오스나 캄보디아같은 곳들이 여행지로 널리 알져지긴 했지만 쾌적한 여행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근의 여행이 아니었다면 더욱 그랬을 것이다.
그럼에도 화구를 챙겨 이런 작품들을 남길 수 있었다니 그것만으로도 저자의 여행은 값어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카메라를 잃어버려 스케치를 했다는 그림들과는 다르게 휙휙 힘차게 터치한 유화를 보니 왜 고흐가 생각났을까. 까마귀가 날아오르던 황금들판의 모습과 이상하게 겹치는 느낌이었다.
늘 고독했던 화가 고흐의 여운이 그림에 덧해졌기 때문일까.
그래도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다시 돌아와 이렇게 튼실한 여행책을 탄생시켰으니 당시의 절박함이 나빴던 것만은 아니었다고 위안하시길...
프로필을 보니 나와 동갑이어서 그랬을까. 유독 그의 여정이 마음에 깊이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