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대로 초대받는 곳이 달라진다. 20중반부터 결혼식이나 아이 돌잔치같은 곳에 초대를 받다가 50~60대가 되면 부고가 날아오기 시작한다.
지인들의 아버지를 시작으로 이제 80~90대의 어머니들의 부고가 뜬다.

팔팔하게 잘 살다가 삼일 정도만 앓다가 죽는게 소망이라는 말도 있는데 이런 소망이 다 이루어지면 얼마나 좋겠는가. 지금의 우리들도 이 책을 쓴 저자의 아버지처럼 어느 날 쓰러져 가족들의 짐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왜 예전의 아버지들은 거의 다 이기적이었을까. 가부장적인 제도에서 성장한 탓인지 가정을 살뜰하게 이끈다는 생각보다는 군림한다는 생각으로 자기 하고 싶은대로 살았던 아버지들이 많았다.
무슨 사업을 한답시고 돈을 날려먹든지, 도박을 하든지, 술을 먹든지 하다 하다 폭력이 일상이었던 아버지들도 흔했다.

그나마 헌신적이고 희생적인 어머니들 덕에 자식들이 잘 성장했는데 이렇게 어느 날 젊은 시절부터 찌질하게 살던 아버지가 쓰러져 가족들의 도움 없이는 살아가는 힘든 상황이 온다면...나는 정말 견디지 못하고 사라져버릴 것만 같다.
저자의 아버지 역시 그렇게 이기적인 삶을 살다가 택시운전을 시작하며 비로소 가정의 소중함을 알아가고 있었는데 덕컥 뇌졸중이 덮친다.
차라리 돌아가시는게 낫지 싶지만 그건 남이라 가능한 얘기일지 모른다.

섬망이 생기고 엉뚱한 요구가 많아지는 아버지를 간호하는 어머니와 아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이 아버지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구나 싶었다.
글을 잘쓰는 아들은 그런 아버지를 애처로운 눈으로 지켜보며 간병을 하고 데면데면했던 부자관계를 이렇게라도 반성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고 했다. 이런 효자같으니라구.
긴병에 효자 없다는데 가끔은 미칠듯한 현실에 힘들어하기도 하지만 정말 기특한 아들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부모님만 돌아가시는 나이가 아니고 친구중에도 쓰러져 요양병원에 있다가 죽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나라고 그럴 일이 없겠는가. 구순이 가까운 엄마는 치매가 와서 자식들이 걱정을 하고 있다.
70이 넘어서까지 총명했던 어머니였는데...세월에 장사는 없는 모양이다.
쓰러진 아버지와의 5년의 시간을 치열하게 살아온 기록을 보면서 저자와 그 어머니에게 존경의 마음이 솟아올랐다. 아버지가 많이 좋아지셨다니 정성이 헛되지 않아 감사한 일 아니겠는가.
더 이상 아내와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고 잘 버티시다가 고통없이 하늘나라에 돌아가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