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뭘 먹을까, 매번 점심메뉴를 고민하던 직장생활때가 떠올랐다.
가장 만만하고 맘편하게 선택한 식당이 바로 분식집이었던 것 같다.
가격도 적당하고 메뉴도 다양해서 여러 메뉴를 시켜 일행들과 나눠먹기 좋았다.
많이 가다 보면 분식집 사장이나 서빙하는 분들과도 친하게 지냈던 것 같다.

'사장님', '이모', '아줌마', '언니'...등등 눈치껏 불렀던 그 명칭들에는 친근함도 있었겠지만 그냥 다들 그렇게 부르니까 그랬던 것 같다. 한번이라도 이름을 불러준 적은 없었다.
아예 이름을 몰랐다. 아마 지금도 분식집이나 웬만한 식당 직원들이 명찰을 달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냥 불특정 누군가를 대변하는 '이모', '아줌마'...이제 이 이름을 가진 누군가에게도 한 번쯤 제대로 된 눈길을 주고 다정한 말을 건네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졸업후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에서 근무했던 저자는 결혼하고 출산을 하면서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다. 휴직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미숙아로 태어난 아들을 잘 돌보고 싶다는 마음에 전업주부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그렇게 세월이 지나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자 다시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싶었지만 갈 곳이 없었다.
경단녀의 현실을 느끼고는 이른바 프리랜서 일을 하기도 하지만 마음에 차지 않았다.
그리고 고심끝에 결정한 그녀의 결정은 바로 강남역 분식집 직원!

아예 분식집을 차려서 사장이 된 것도 아니고 그냥 진짜 직원이다. 계산도 하고 서빙도 하고 청소도 하는 분식집 '이모', 혹은 '아줌마'가 된 것이다.
시대가 변하고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분식집 아줌마는 선호하는 직업군은 아닌데...어쩌다 쯧쯧.
남편이 돈을 못벌어다준 것도 아니고 딴주머니 찰 사정이 생긴 것도 아니건만 참 뜬금없기는 하다.

다들 이정도 생각을 한다. 무슨 급한 사정이 있었을까. 하지만 지인의 부탁으로 얼떨결에 맡았다는 분식점은 만만히 볼 직장이 아니었다. 세상의 모든 일이 일어나는 천태만상의 현장!
주문으로 보는 고객의 성격, 진상손님 달래기, 단골고객 관리에 알바직원 뽑는 노하우까지 이건 뭐 웬만한 기업 하나 경영하는 것과 규모만 조금 적을 뿐이지 다를게 없었다.
거기에 기업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분실물관리까지. 제일 심한 건 분식집앞에 싸놓은 X을 치우는 일이었다. 왝!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머리가 좋다고 해서 일을 다 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일머리가 있는 사람들이 있다. 척척 다음 상황까지 알아서 진행하는 그런 사람들.
저자는 다행히 일머리가 있다. 분식집 사장님은 참 대단한 인재를 찾아낸 셈이다.
땅값 비싼 강남역에 있는 분식집이니 장사가 잘 되어야 월세라도 뽑을텐데 다행히 잘 되는것 같다. 저자같은 지니어스 덕분에. 인생만사가 녹아있는 진솔한 이야기에 흠뻑 빠져든다.
온갖 인간들과 부딪혀야 하니 결코 쉬운일이 아닐텐데 이렇게 글로 풀 수 있으니 감사한 일이다.
언제 강남역 근처에 가면 이 분식집에 들어가 묵은지참치김밥을 꼭 먹어보고 싶다.
어쩌다 강남역 분식집 직원이 된 저자에게 사인한장 부탁해도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