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eogud312님의 서재
  • 사피엔스 (무선본)
  • 유발 하라리
  • 19,800원 (10%1,100)
  • 2015-11-23
  • : 78,870
이미 몇 년 전에 히트쳤던 베스트셀러지만 이제서야 읽게 되었고, 왜들 그렇게 사람들이 극찬했었는지 이해가 간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스토리텔링이다. 빅 히스토리를 주제로 하는 책답게 방대한 분야를 다루지만 작가의 스토리텔링 능력 덕분에 읽기에 부담이 없고 술술 넘어간다. 600페이지 정도 되는 책을 읽으면서 중간에 지루함을 느끼지 않기 어려운 데, 사피엔스는 비교적 끝까지 집중할 수 있는 책이었다.

저자는 사피엔스가 지구의 정복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를 크게 세 가지, 1. 인지혁명, 2. 농업혁명, 3. 과학혁명 을 꼽는다.

- 인지혁명
사피엔스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까지 상상해서 전달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었다. 이는 사피엔스의 의사소통 능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켰고, 전설, 신화, 종교 등을 탄생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이러한 것들은 다시 사피엔스들을 대규모로 협력하게 하였고, 다른 동물들에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저자는 이러한 인지혁명의 원인으로 두 가지를 제시하는 데, 하나는 우연히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생했다는 가설이고, 다른 하나는 뒷담화가 이러한 인지혁명을 일으켰다는 가설이다. 금기시 되는 뒷담화가 사피엔스의 인지혁명을 일으켰다는 가설은 참 재미있다. 사피엔스에게는 식량이 되는 동물들의 위치보다 무리 내의 원한 관계, 성적 관계 등이 훨씬 더 중요했을 것이다. 오늘날 역사학자들도 점심 시간에 동료들과 역사 사건에 대해서 토론하진 않으니까 말이다.

- 농업혁명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고 충격적인 부분이었다. 인류를 결정적으로 발전시킨 농업혁명이 대규모 사기극이라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농업혁명이 사피엔스 ‘종‘에게는 이득이 되었지만 사피엔스 개개인에게는 비극이었다는 뜻이다. 저자는 농업혁명 이전의 수렵채집인과 농업혁명 이후의 농부를 비교하면서 논의를 전개해 나간다. 결론적으로 농부는 수렵채집인에 비해 열악하게 살았다. 우선 농사는 너무나 육체적으로 고된 일이었다. 밭을 고르고 밀을 키우는 데 평생을 헌신해야 했다. 또한 육류, 곡식, 과일 등을 골고루 먹었던 수렵채집인에 반해 농부는 밀에 의존하였고, 이는 영양부족을 야기하였다. 이 뿐만 아니라 특정 곡식에 대한 의존은 가뭄 등의 재해에 취약하게 만들었고, 약탈과 전쟁의 위험을 발생시켰다. 이러한 연유 등으로 사피엔스 개개인은 힘들게 살았지만, 밀 생산은 토지당 생산량을 크게 늘려서 사피엔스는 기하급수적으로 늘 수 있었다. 저자는 한 마디로 요약한다. ˝더 많은 사람들을 더욱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있게 만드는 능력˝.

이 쯤에서 추가로 논의돼야 하는 게 있는 데, 바로 인지혁명과 농업혁명을 거치면서 사피엔스들이 대규모로 협력하고 통합하는 중요한 요인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바로 화폐, 제국, 종교이다. 저자는 이 세 가지 요인들이 인류를 급속히 통합시켰고 오늘날까지 이어져온다고 말한다. 이 세 가지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그렇다. 바로 상상력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사피엔스는 상상할 수 있었기 때문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오늘날 자본주의도, 돈도, 주식회사도 다 상상력의 결과물이니까 말이다.

여기까지 온 사피엔스는 과학혁명을 통해 한 단계 진보한다. 아니 저자의 논의를 따라가다 보면 지금까지의 혁명보다도 훨씬 많이 진보했고, 앞으로도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과학혁명

저자는 방대한 내용을 전개하지만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것은 현대과학은 무지를 인정한다는 점과 자본과 과학의 결탁이 굉장히 최근의 일이라는 사실이다. 오늘날 과학은 모른다는 것을 전제하고 연구를 진행한다. 언뜻 들으면 당연한 말이지만, 전통 지식은 무지를 인정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종교 등은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앞서 언급한 제국은 오늘날 악명에도 불구하고 과학의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부국강병을 추구하던 제국은 과학의 발달이 곧 제국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닫고 투자하기 시작했다. 이는 계속해서 선순환을 만들어냈고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는 것이다. 즉, 화폐, 산업혁명, 자본주의, 제국 등의 요인은 서로 영향을 끼치며 맞물려 오면서 현대 사회를 형성했다.

저자는 현대 시대와 미래를 굉장히 낙관하는 편이다. 생명공학과 사이보그 발전 등을 통해 인류가 환경파괴나 핵전쟁 등의 위험만 피하면 ‘신‘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과감한 전망까지 한다. 개인적으로 AI에 관심히 많아 관련 유명 저서들을 읽어보면 디스토피아적인 견해가 많은 데, 이에 비해 유발 하라리는 미래에 대해 낙관적인 편이다. 저자 말대로 오늘날은 인류 역사상 굉장히 예외적으로 평화로운 시기이다. 지금 시대에, 대한민국에 태어나고 살고 있다는 사실은 객관적으로 감사할 일이다. 그러나 유발 하라리 본인이 책에서 쓴 그 말처럼, 어떤 시대를 가장 모르는 사람은 바로 그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현재 우리는 역사의 어떤 단계를 지나고 있는지 모른다. 한 단계 진보한 인류로 가는 과정인지, 디스토피아적인 미래가 기다리는 풍전등화의 시기인지 우리는 아무도 모른다. 미래의 역사가들이 평가할 것이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