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eogud312님의 서재
  • 돈의 대폭락
  • 애덤 퍼거슨
  • 13,500원 (10%750)
  • 2011-11-15
  • : 63
이 책은 1차 세계 대전 직후 독일의 바이마르 공화국에서 발생한 역사상 최악의 초인플레이션 사태를 다룬 책이다. 당시 바이마르 공화국 주재 영국의 외교관이었던 다버논 경이 관찰한 사실을 영국 본국에 보고한 내용을 기초로 하고 있다. 외국인의 입장이었기 때문에 사태를 객관적이고도 담담하게, 때로는 공화국 당국의 대처를 비판적이고 냉소적으로 서술할 수 있었다.

읽으면서 너무 답답했다. 전후 독일인들의 고통이 그대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냉정하고 이성적인 독일 민족이 히틀러의 선동에 넘어가 파시스트가 된 것이 우연이 아니라고 느낄 정도이다. 전후 바이마르 공화국은 그야말로 ‘아수라‘이다. 국가가 애국심에 호소하여 전 국민의 자산이 전시공채에 투자되었으나 전후 헐값이 되어 빈곤층이 된 국민들(대조적으로 영국은 전쟁을 세금을 부과하여 수행했다), 결코 패전을 인정할 수 없는 옛 제국 군인들과 우익의 소요와 반란(ex_카프 반란), 소련의 지시를 받아 이리 저리 선동을 벌이고 체제의 전복을 꾀하는 좌익, 현상을 보고도 깨닫지 못하고 잘못된 정책을 지속하는 라이히스 방크(중앙은행), 복수의 관점으로 바이마르 공화국을 절벽 끝까지 몰고 간 프랑스, 혼란의 틈을 타 세금을 회피하는 기업가, 널 뛰기 하는 통화와 주식의 가치를 이용하는 투기꾼들, 헐 값이 된 마르크화를 받지 않고 도시로 쌀 반출을 거부하는 농부들, 뇌물이 만연한 공직 사회 등등... 그야말로 그 시대를 살아가는 독일인들에겐 하루 하루가 투쟁이었을 것이다.

1918년 전쟁이 끝난 후 1920년대 내내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다가 1929년 대공황까지 터졌으니 당시 독일은(10년이 훌쩍 넘으니 상당히 긴 시간이다) 그냥 지옥이었을 것이다. 용기와 희망을 잃은 독일인들에게 아리아 민족의 우수성을 주창한 히틀러는 메시아였으리라.

책을 읽으면서 중요한 전환점이 몇 개 눈에 띄는데 하나는 눈 앞에서 초인플레이션을 발생하는데도 지폐인쇄기를 멈추지 않는 하벤스타인의 라이히스 방크이고, 다른 하나는 가뜩이나 어려운 상태에 놓여 있는 바이마르 공화국의 핵심 공업 지역인 루르 지방을 프랑스가 침략한 사건이다.

전자는 그냥 완전한 무지의 소산이다. 당시 경제학의 지식이 불완전했던 것은 그렇다 쳐도, 현상을 보고 수정할 수 있는 유연성의 부재가 최악의 참사를 불러 일으켰다. 설령 MV=PY 화폐수량설을 몰랐다 하더라도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가 달려있는 경제의 문제에 하벤스타인은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음으로써 파시즘 확산에 지대한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다. 가만 이거 100년 후 대한민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 아닌가? 소득 주도 어쩌고 저쩌고 말이다 읍읍. 급기야 막판에는 1조 지폐마르크와 등가를 이루는 렌텐마르크까지 등장한다. 이쯤에서 하벤스타인을 비판하는 다버논 경의 일기를 보자.

˝무지와 그릇된 이론에 기인한 지독한 어리석음을 이렇게 숨김없이 잘 보여줄 수는 없을 것이다. 라이히스방크의 미친 생각이 통화를 안정시킬 기회를 전혀 주지 않는다˝

경제는 전적으로 정책을 계획하고 수행하는 엘리트들의 문제이다. 당시 독일 국민들은 마르크화의 가치 하락이 아니라 달러화의 가치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을 이해했다. 또한 물가 상승은 환율의 상승으로 인한 것인데, 환율 상승은 주식 시장에서 유태인들이 투기를 해서 발생했다고 생각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사람들의 분노가 응축되고, 그 분노를 풀 희생양이 필요해진다. 당시 독일에서는 유태인이었고, 이것이 나중에 아우슈비츠의 재앙으로 이어진다. 개인적으로 모든 가치에 우선하는 것이 먹고 사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도덕이니, 예술이니, 철학이니 먹고 사는 게 어려워지면 전부 무시되고 파시즘의 유혹에 시달리게 된다. 따라서 경제 문제 가지고 그릇된 고집을 부리거나 도박을 한다거나 하는 것은 국민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후자 프랑스의 루르 지방 침략은 쉽게 말해서 확인 사살 내지 아픈 데 또 때리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루르 지방은 당시 바이마르 공화국의 핵심 공업 지역으로 이 지방이 점렴당함으로써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큰 타격을 받게 되었고,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독일인들의 인식에 재무장의 필요성을 각인시켰다는 것이다. 당시 배상금 협상이나 루르 침략 등 대 바이마르 공화국 강경책을 고수한 것은 프랑스의 푸앵카레라는 인물인데 앞서 서술했듯이 거의 복수의 감정으로 독일을 벼랑 끝으로 몰아부침으로써 독일 파시즘화에 중대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된다.

100년 전의 일이라고 이것이 멀게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오늘날에도 같은 일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베네수엘라이다.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국민들은 나라를 등지고 피난길에 오르고. 영화 빅쇼트에서 베테랑 트레이더역으로 나오는 브레드 피트가 두 명의 신참 트레이더와 함께 주택 가격이 폭락한다에 베팅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거래가 성사되었다며 좋아하는 신참 트레이더들에게 브레드 피트가 일갈한다.

˝나는 은행권이 비인간적이라서 싫어. 너네는 미국 경제가 무너진다에 베팅한거야. 실업률이 1% 늘어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 줄 알아? 4만명이 죽어.˝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