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쓰여지지 않고 읽혀지지 않는 세상이면 좋겠다. 오히려 환상소설이면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그저 상상속에서나 일어나는 일이길 바라게 된다. 책을 읽는 내가 더 분이 차 올라서 몇 번이나 책을 덮었다가 다시 펼쳐 읽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란 말이 떠오른다.
기득권자가 아니어서 하다못해 권력자의 비서관쯤 되는 지인이 주변에 없어서 혹은 처음부터 힘없는 일개 시민에 불과해서라면 이 책의 기을호님과 안천식변호사가 겪은 지난 10년간의 법정투쟁은
바로 내게 언제든지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다.
우리가 재판을 신뢰하고 그 판결에 순순히 응하는 이유는 그들의 판단이 옳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니 적어도 억울한 사람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힘없고 가진 것 없는 소시민이 마음 놓고 기댈 수 있는 공정한 사법의 보루 하나 쯤은 있어야 한다. 이 책을 읽는 중에 경찰의 팔을 꺾었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지난 6년간 8차례나 법정공방끝에 유죄판결로 실형까지 선고 받은 부부가
변호사의 도움으로 마침내 무죄판결을 받은 사건이 있었다. 경찰을 상대로 한 공무집행 방해와 위증혐의라니 어떻게 끝날 싸움인지 너무나 뻔한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부는 결국 무죄판결을 받는다.이런게 정의고 올바른 재판인거다. 이 두사람이 받은 지난 6년간의 마음고생은 과연 어디서 보상받을수
있을까. 국가사법체계와 경찰에 대한 무너진 신뢰는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10년간의 법정싸움에서 모든 걸 잃고 심신마저 황폐해져 철저하게
법치에서 외면당한 기을호님의 처지가 안타까워 이번 사건의 판결을
더 유심히 보게 되었다.
H건설이라는 대기업을 상대로 위조된 계약서때문에 40억에 가까운 재산을 날리고 기면증이라는 병까지 얻은 기을호님의 처지가 정말이지 너무 속상하다. 끝까지 안천식 변호사를 믿었고 안 변호사 역시 그 기대에 맞게
열심히 이 사건에 매달렸다. 그러나 대기업을 옹호하는 재판부와의 싸움은 그야말로 뻔한 엔딩이었다 .
피해자측의 항소는 번번이 기각되고 답없는 기나긴 싸움은 늘 지는 경기였다.
스무 차례가 넘는 재판에서 단 한번도 승소하지 못한 실패의 연속이었다.
힘없고 약한 서민들은 체념부터 먼저 배운다 자포자기의 심정이
된다.증인들이 위증을 식은 밥 먹듯이 하는데도 귀막고 눈 가린 재판부는
대기업의 손을 들어 주었다. 이것이 대한 민국의 사법부라니 옳고 그름의 판단기준도 그들에게는 이미 사라진 존재인가. 망나니같은 재벌 3세를 단죄하던 영화 [베테랑]이 떠오른다. 돈의 권력이 그렇게도 크다는 것을 영화를 통해 새삼 알게되었지만 그래도 옳지 않은 것은 반드시 좋지 못한 끝이 있는 법이다.
정의로운 사회 억울함이 없는 사회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한 사회를 꿈꾼다.
안천식변호사조차 너무나 미련한 세월이었다고 탄식하지만 그래도 이 분처럼 인내를 가지고 바위에 계속 부딪혔기에 며칠전 경찰관을 상대로 한 재판에서 무죄판결로 이어진 것은 아닐까 싶다. 마음속의 정의감을 부디 오래 오래 간직하고 살아 가 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