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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님의 서재
  • 말 샤워의 기적
  • 기쿠치 쇼조 & 세키하라 미와코
  • 11,700원 (10%650)
  • 2015-06-01
  • : 95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이다. 나는 천천히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저 만치서 초등 5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빠른 속도로 지나 갔다.  그런데 그 아이가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목청껏 외치는게 아닌가? 순간 내 귀를 의심하며 깜짝 놀라 그 자리에 잠시 멈칫 서 있었다. 도대체 누구에게 그러는건가 싶어 뒤돌아 보니 맞은 편에서 걸어 오고 있던 제 또래의 남자아이를 부르는 호칭이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욕설을 뱉은 아이나 그 소리를 들은 아이나 뜻밖에도 하나같이 해맑다. 부르라고 지어 준 예쁜 이름은 어디로 가고 호칭이 개XX가 된 건지, 또 그렇게 부르고 불리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어린이들이라.....아 이건 정말 심각한 언어의 붕괴가 오겠구나 싶었다. 욕설이 욕설로 들리지 않는다면 더 심한 언어의 파괴가 일어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학교에서나 가정에서 쓰는 말들이 험해졌다는 건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이대로 더 두고 보아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던 중에 만난 책 [ 기쿠치 선생님의 말샤워의 기적 ]은 정말 가뭄속에 맞이한 단비 같았다. 두 서너번 읽으며 기쿠치 선생님의 귀한 가르침을 한 개라도 더 배우고 싶었다. 평소에도 '말의 힘'을 열렬하게 신앙했던지라 가능한 부드러운 말 따뜻한 말 좋은 말을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타인의 날 선 말 한마디에 베인 상처는 오래도록 깊은 흉터를 남긴다

그 이에게서 칭찬의 말을 백 마디 들었다해도 흉기 같은 날카로운 한마디는 지울 수 없는 기억으로 남는 것처럼 말이 가진 힘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일본 사회의 골칫거리로 떠 오르는 학급붕괴...교육의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학급이 붕괴되고 있다. 우리 나라 역시 이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울 뿐이다. 교사의 멱살을 쥐는 학부모에 체벌이라도 할라치면 폰을 들이미는 아이들,  주위의 시선이 무서워 오히려 아이들을 방치하는 교사. 이 세 가지 톱니가 엇물리면서 서서히 교육이 무너져 내린다. 뉴스만 들어도 이런 일들은 이미 비일비재하다.

 

지난 20여년간 말샤워 수업을 아이들과 함께 해 온 기쿠치 쇼조 선생님.

아이들간의 대화 단절이 만들어 낸 거칠고 험한 말들. 그런 말들 때문에 아이들은 점점 더 스스로를 표현하는 방법을 모르게 되고 자꾸만 옭아 매다 보니 나중에는 말하는 법 글쓰는 법조차 잊어 버리게 된다.  그런 악순환의 고리를 기쿠치선생님이 인내심으로 천천히 풀어주는 과정들을 지켜 보면서 몇 번이나 벌떡 일어나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물론 기쿠치선생님의 노력도 있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따라와준 아이들도 너무나 대견하다. 말이 가진 힘을 대수롭게 여겼다면 이 아이들의 변화는 절대로 일어 나지 않았을 것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고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이야기도 있다. 붕괴되어 가는 학급을 진정 다니고 싶은 교실로 만들고  학교 가는 것을 즐거운 일로 만드는 것은 관심이다. 그 사람을 진심으로 칭찬 해 주려면 그 사람에게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대충 생각나는 대로 던지는 칭찬은 오히려 욕보다 못하다. 기쿠치 선생님이 제시하는 몇 가지 수업은 실제로도 꼭 실천해보고 싶은 방법들이다. 성장 노트와 나의 책 만들기 나만의 자기 소개 만들기 등등 모든 아이들의 자신감을 되찾아 주는 당당한 말샤워 수업법이 놀랍다 .어렵고 힘들고 새로운 것이 아니라 늘 가까이 있었던 방법들인데도 새삼스럽다. 욕을 듣고도 웃는 어린이들의 귀를 칭찬의 말 샤워로 깨끗이 씻겨주고 싶다. 욕설은 우정의 또 다른 표현 방식이 될 수 없다.  결국엔 자신을 황폐하게 만드는 나쁜 말씨앗이기 때문이다.

더 안타까웠던 것은 기쿠치선생님의 의도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았던 동료교사들의 행동이다. 해봐도 되지 않을 텐데 사서 고생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그 동료들은 같은 교직의 교사들이었다. 이런 교사의 마음가짐이 학급붕괴의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는 아닐까 싶다. 그나마 현재는 젊은 교사들이 기쿠치 선생의 수업 방식을 배우기 위해 모임을 주기적으로 가지며 활발한 토론과 의견교환을 한다고 하니 참으로 다행이다.

아이들은 그저 단순하게 관심 받기를 원한다.  그것조차 거절 당한다면 어떻게 아이들의 입에서 예쁜 말이 나오겠는가. 아이들에게 어떻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궁금하다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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