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나를 살리는 음식이 아니라 그냥 배 채울 수 있는 음식, 스트레스 푼다는 이유로 달고 짠 음식만 달고 살았다.
사찰음식은 그런 의미에선 지금 나의 식생활, 인생과 정반대에 있다.
자연이 우리를 위해 준비한 에너지를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감사한 마음으로 요리를 하고. 시간을 두고 오래 건강한 음식이 되도록 숙성시키고.
최근에 sns에서 그런 글을 본 적이 있다.
근사한 저녁 식사에 초대받고 싶다고요?
간단합니다. 당신이 근사한 저녁을 준비하고 친구를 초대하면 됩니다.
이 책 #정관스님나의음식 을 읽으며 느꼈다.
아 내가 그 동안 너무 옹졸하게 살고 있었구나.
아무리 갖고 싶은 걸 갖고, 먹고 싶은 걸 먹어도 만족할 수 없었던 건 내가 몸과 마음을 잘 돌보지 않아서구나. 베풀줄 몰라서구나.
“부처님 계율을 보면 수행자의 음식이란 어떤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하루에 한 끼를 먹되, 필요한 양만큼만, 즉 수행할 때 필요한 에너지만큼 먹는 게 좋다고 되어 있어요. 공양할 때는 오관게를 염송합니다. 음식을 먹기 전에 모든 사물과 부처님의 은덕을 생각하고, 세상과 자연과 우주의 이치를 생각하는 것이지요.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을 먹을 때 이 재료는 어디서 왔고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생각하고, 그 수고로움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새기는 것입니다.”
밥 먹기 전에 잘 먹겠습니다. 라고 말하지만, 아무 생각이 없었다. 분명히 유치원에서 감사한 마음으로 먹으라고 배웠는데, 어른이 된 후 이 음식이 나에게 오기까지, 내가 이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몇 번이나 생각했나.
수행이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라 매일 먹는 음식에, 그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하면 우리는 누구나 수행자가 될 수 있다.
그런데 모두 눈 앞에 있는 수행의 길은 못 보고
해탈하고 싶어한다.
“사찰음식은 인생이라는 수행길을 가는 누구에게나 더 좋은 삶을 살도록 돕는 지혜의 음식입니다. 여러분이 음식으로 몸과 마음의 균형을 조율해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 살게 된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아프지 말고 건강하시기를, 한 끼라도 대충 때우지 말고 몸과 마음을 정갈히 돌보며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정관스님이 어릴 때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절에 들어와 살게 된 이야기, 아버지가 찾아오셨다가 인정하고 절을 하고 돌아가신 이야기, 절이 편하고 신이 났다는 이야기. 분명 슬픈 이야기인데 정관스님이 들려주는 이야기에는 이제 슬픔이 없었다. 그래서 나도 마음이 오히려 편해졌다.
무엇보다 이 책에 나오는 정관스님의 요리법조차 하나의 깨달음처럼 읽혔다.
얼른 엄마에게 보내드려야겠다.
( 후기 )
정관스님 책이 나왔다고 해서 마음속으로 궁금해하고 있었는데, 마침 리뷰를 잘 쓰면 정관스님 계시는 백양사 템플스테이 참여권을 준다고 해서 냉큼 구매했다!
엄마가 예전에 정관스님 사찰음식 수업 들어보고 싶다고 했는데 그 땐 방송 나온 직후라서 예약이 쉽지 않았다.
꼭 당첨되어서 엄마 백양사로 템플스테이 보내드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