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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속작은길님의 서재
  • 4·3, 기억의 폭풍 속으로
  • 허호준
  • 20,700원 (10%1,150)
  • 2026-04-03
  • : 1,311

『4.3 기억의 폭풍 속으로』 서평

- 같은 시대를 다르게 겪은 두 사람의 삶에 관하여 -

 

허호준 작가의 『4.3 기억의 폭풍 속으로』는 제주 4·3 사건을 단순한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역사로 바라보게 만드는 책이다. 언론사 기자이자 연구자인 허호준 작가는 오랜 시간 제주 4·3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고 기록해 왔으며, 이 책에서도 생생한 취재와 증언을 바탕으로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역사의 진실을 전달한다. 책을 읽기 전에는 제주 4·3 사건이 많은 민간인이 희생된 비극적인 사건이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을 통해 사건이 오랫동안 침묵과 왜곡 속에 묻혀 있었으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노력해 왔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다랑쉬굴 유해 발견과 그 이후의 과정이었다. 다랑쉬굴에서 발견된 희생자들의 유해는 제주 4·3 사건의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중요한 증거였다. 그러나 당시 정부는 유해를 서둘러 화장해 바다에 뿌림으로써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 국가가 희생자들의 아픔을 치유하기보다 진실을 감추려 했다는 사실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 장면을 읽으며 진실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밝혀지는 것이 아니라, 이를 기록하고 증언하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드러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책의 부제인 ‘같은 시대를 다르게 겪은 두 사람의 삶에 관하여’는 책의 핵심을 가장 잘 보여 준다. 작가는 다랑쉬굴 속 시신을 수습했던 채진규 님과 같은 날 산에서 또 다른 꿈을 꾸었던 이명복 님의 삶을 함께 조명한다. 두 사람은 같은 시대,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전혀 다른 현실을 경험했다. 한 사람은 참혹한 죽음의 흔적을 마주하며 진실을 세상에 알리는 삶을 살았고, 다른 한 사람은 그 산에서 또 다른 희망을 품고 미래를 꿈꾸었다. 이를 통해 역사는 하나의 시선으로만 설명될 수 없으며, 같은 시대를 살아도 사람마다 전혀 다른 기억과 삶을 갖게 된다는 사실을 깊이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이 책은 제주 4·3 사건이 개인의 삶뿐 아니라 가족과 지역사회에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겼는지도 보여 준다. 희생자 유족들은 오랫동안 억울한 죽음을 말하지 못했고, 살아남은 사람들 역시 침묵을 강요당했다. 역사는 교과서 속 몇 줄의 기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과 공동체 전체를 바꾸는 사건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문장은 “기억은 책임이다. 기억은 우리가 다시 폭력의 시대를 허락하지 않기 위한 보루이다. 그것은 과거를 들춰내는 일이 아니라 불의를 외면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다.”라는 작가의 말이었다. 이 문장을 통해 과거를 기억하는 이유는 단순히 아픈 역사를 되새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점을 깨달았다. 역사를 외면하는 사회는 같은 잘못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지만, 기억하는 사회는 과거를 반성하며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제주 4·3 사건은 제주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기억해야 할 대한민국의 역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민주주의 역시 과거의 희생과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들의 노력 위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4.3 기억의 폭풍 속으로』는 역사적 사실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억과 책임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책이었다. 앞으로도 아픈 역사를 외면하지 않고 올바르게 기억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점을 깊이 느끼게 해 준 뜻깊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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