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가정의 사랑스러운 외동딸이자 평범한 여고생이었던 열일곱의 야나기다 미유는 1학년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 같은 반 친구였던 준야의 고백을 받고 연애를 시작했다. 그저 함께 있고 같이 걷기만 해도 행복했던 미유는 서로 간의 동의하에 준야와 육체적 관계를 가졌다. 그것이 사랑하는 사이에선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했는데 문제가 발생하고 만다. 피임을 확실하게 했다고 생각했는데 2학년 진급을 앞두고 덜컥 임신을 하게 된 것이다.
모든 게 처음이었던 미유는 임신의 전조 증상을 놓쳤고, 임신임을 확인했을 때는 중절 수술 타이밍이 훨씬 지나있었다.
사랑하는 사이였기에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 믿었던 준야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되자 노골적으로 미유를 피하며 책임을 회피했다. 미유의 아버지는 격노했고 중절 수술을 받을 수 없는 미유를 이모가 살고 있는 도쿄에서 먼 시즈오카현으로 보내 몰래 출산시킨 뒤 낳은 아이를 어디론가 보내려고 했다.
이에 미유는 자신의 의견은 묻지도 않는 부모님에게 반발하며 집을 뛰쳐나온다.
그렇게 호기롭게 집을 나왔지만 가정과 학교의 울타리에서 보호만 받던 미유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는 개인실이 있는 PC방에서 열흘을 보내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 했지만 일을 구하기가 막막했다.
그러던 중 PC방에서 오가며 마주친 요코라는 여자아이에게서 일을 소개해 주는 일명 스카우트맨을 소개받는다. 그는 미유에게 출산비용 정도는 금방 모을 수 있는 일을 소개해 주겠다고 말했다. 망설이는 미유를 요코가 부추겼고, 미유는 마음을 움직여 PC방에서 짐을 빼 그 남자를 따라갔다.
그렇게 따라간 곳은 신주쿠의 환락가에 있는 한 가게였다. 그곳의 점장에게 면접을 볼 때까지만 해도 미유는 그곳이 어떤 곳인지 몰랐다. 면접이 끝날 무렵 그곳에서 체험 삼아 일해보라는 점장의 말에 마음을 굳히던 그때, 때마침 휴게실로 들어와 자신을 지명한 손님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는 여종업원의 말을 듣고는 그곳이 성매매 업소임을 알게 된 미유는 허둥지둥 그곳을 도망쳐 나온다.
요코는 모든 걸 알면서도 미유에게 스카우트맨을 소개해 준 것일까?
한참을 달린 미유는 자신을 쫓는 사람이 없음을 확인하고서야 멈추고는 한참을 울다 준야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하지만 준야는 끝내 미유를 저버린다. 일그러진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공포를 느낀 미유는 결국 눈앞에 보이는 어느 건물의 비상계단을 올라가 자살을 시도한다.
그런 미유 앞에 NPO 단체 'ODORIBA'의 대표 노나카 지사가 나타나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고, 지사의 도움으로 미유는 위탁 가정인 아키라와 가나코 남매의 게스트하우스 '그린 게이블스'에 가게 된다. 미유는 그곳에서 출산 전까지 생활하며 결코 평범하지 않은 것 같은 가족 구성원들의 사연에 호기심을 가지게 되는데….

첫 장을 펼쳤을 때 그저 방황하는 십 대의 성장 이야기 정도일 것이라 예상했던 소설은,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등장인물들 간의 단순해 보이지만 복잡하고도 예상치 못한 관계를 보여주며 충격과 슬픔과 연민이라는 기나긴 여운을 안겨 주었다.
소설은 크게 야나기다 미유와 이카와 아키라, 니시무라 가나코의 잔잔한 듯하면서도 가슴 먹먹한 이야기를 보여주며 그들의 이야기와 인연을 통해 진정한 '가족'의 의미와, 그들이 그들의 아픔을 딛고 선택한 삶의 방식이 행사하는 선한 영향력을 되새기게 했다.
『달빛이 닿는 거리』는 '가족'의 새로운 의미를 제시하고 있다. 이 소설에서 '가족'이란 우리가 흔히 말하는 혈연으로 이어지거나 함께 사는 사람들이라는 개념을 넘어, 각자가 가진 상처와 결핍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그 자체로 인정하고 이해하고 보듬으며 상대의 상처까지 기꺼이 감내하며 감정을 공유하는 집합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소설의 인물들은 스스로가 완벽하지 않기에 불완전한 다른 이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것에 인색하지 않다. 그리고 그들의 도움의 손길은 어둠을 은은하게 밝혀주는 달빛처럼 조용하고 부드럽게 상대에게 닿는다.
소설은 어린 나이의 미혼모와 입양, 위탁 가정, 아동 성학대, 아동 방임, 가혹한 운명 등의 이야기 속에서 종국에는 주인공 미유가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깨달으며 주변인들에게 받았던 상처를 치유하고 자신감을 회복하여 용기 있게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삶의 희망을 보여주며 가슴을 울린다.
삶이란 무엇이고 가족이란 어떤 존재인가 등 우리 곁에 있는 소중한 것들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게 하는 소설 『달빛이 닿는 거리』를 읽고 달빛처럼 잔잔하지만 깊은 위로를 얻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