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과 달리 요즘은 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국내에서 실제로 볼 기회가 많아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미술 비전공자들은 무엇을 어떻게 감상해야 할지 막막해 미술관에 갔다가 그저 진짜로 작품만 보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와, 인터넷이나 책에서 보던 거랑 똑같네!'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런데 우리가 미술관에 가는 것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 인터넷이랑 책에서 보던 것과 똑같은지 비교하기 위한 것은 아니지 않나? 그렇다면 예술은 무엇이며, 우리는 예술 작품들에서 무엇을 봐야 하는 것일까?
바로 그것에 대한 안내서가 될 책이 『도슨트처럼 미술관 걷기』이다.
이 책의 저자 노아 차니는 미술 전공자든 비전공자든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열린 마음으로 예술을 통해 소통할 수 있도록 이 책을 저술했다고 한다. 그렇기에 이 책은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하고 알면 도움이 되는 작품들 위주로, 어린 독자들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이해하기 쉽도록 간결하면서도 명확하게 미술의 주요 개념과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마르셀 뒤샹의 <샘>을 예술의 분기점으로 거론하고 있다. <샘> 등장 이전의 예술은 아리스토텔레스의 '훌륭하고 아름답고 흥미로운가'라는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했다. 하지만 <샘>이 전시되고 나서는 굳이 아름답거나 훌륭할 필요는 없으며 오직 흥미진진하기만 해도 예술이 되었다.
그렇게 흥미성을 내세워 대중의 뇌리에 깊이 박힌 예술의 정점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황금으로 만든 변기 <아메리카>와 바나나와 덕트 테이프를 사용한 <코미디언>이 아닐까 생각한다. '예술적 소양이 부족하다'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여전히 그것들이 예술 같지는 않다. 황금 변기를 보고는 예술작품이 아닌 '저게 얼마짜리야'라며 사용된 황금의 가치부터 생각하게 되고, 620만 달러에 판매된 <코미디언>을 보고는 '장난하나, 이게 뭐야'라는 생각만 드니….
책에서는 미술품을 설명할 때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미술 관련 용어와 다양한 매체와 기법에 대해서도 나와 있다. 그 용어들을 익히는 것만으로도 미술에 관해 이야기를 할 때 80퍼센트 이상을 알아들을 수 있다고 하니 꽤 매력적이지 않은가.

책에서 가장 유용하게 읽었던 부분은 예술 작품을 설명할 때 많이 등장하는 미술 사조를 시대 순으로 간략하고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 놓은 부분이었다.
'- 주의'라는 말이 나오면 이해했지만 이해하지 못한 듯한 어정쩡한 상태로 선뜻 정확하고 자신 있게 구분하지 못하며 침묵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곤 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작품 30점으로 쉽고 간결하게 설명된 미술 사조를 읽고는 그 용어와 개념들을 확실하게 정리하고 외울 수 있었다.
그 사조들 중 '테네브리즘'이 있는데, 이것은 그림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알고 있는 <메두사>를 그린 바로크 회화의 카라바조의 기법을 따라 한 사조로 극도의 명암 대비로 시선을 집중시키는 기법이다.
그런데 카라바조는 테네브리즘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고 싶었었기에 자신의 기법을 따라 하는 이들을 싫어해 위협하고 두들겨 패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리고 '절대주의'라는 사조는 이 책에서 처음 본 것 같다. 이것은 러시아에서 유행한 사조로 전통적이고 공식적인 기존 미술에 반대해 기하학적이고 미니멀리즘적인 형태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한다.
이 책을 통해 이러한 사조들만이라도 확실하게 정리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을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지 않을까?

더 나아가 책은 미술 작품과 관련해 손상이나 도난, 위조, 불법 판매 등의 나쁜 일이 생겼을 때와 첨단 장비를 활용한 미술사 연구, 정신분석과 신경 과학을 통해 새롭게 보는 예술, 미술품과 그 경제적 가치 등 미술사 전반에 대한 필수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상식으로 알고 있으면 좋은 다양한 정보들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단편적인 미술 지식이 아닌 미술사라는 거대한 줄기를 이해하고 부차적으로 여러 관련 정보들을 습득한다면 분명 미술 작품들을 더욱 폭넓고 심도 있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 이 책을 읽기를 추천한다. 이 책은 읽는 이의 예술에 관한 소양을 쉽게 함양시켜 미술 작품들을 더 잘 감상할 수 있게 하는 안내자의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