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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키 하루카는 부동산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자산가 할아버지와 대기업 은행에서 근무하는 아버지 덕분에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자신의 꿈인 피아니스트가 되기 위해 나아가고 있는 열다섯 살의 소녀다. 그녀에겐 인도네시아로 귀화한 고모의 딸인 루시아라는 사촌이 있는데, 인도네시아에서 태어난 루시아가 일본인으로도 자라기를 바랐던 고모부의 교육의 일환으로 루시아는 일 년에 한 번씩 일본의 하루카네 집에서 머물렀다.
정반대인 성격을 제외하고는 나이와 키, 몸집, 머리 색, 별자리와 혈액형, 심지어는 좋아하는 남자 스타일까지 하루카와 똑같았던 루시아는 하루카에게 있어선 사촌인 동시에 마음이 잘 통하는 가장 친한 친구였다.
루시아네 가족은 올해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부터 열흘간 일본에서 지낼 예정이었지만, 고모부의 갑작스런 급한 용무 때문에 부득이 루시아만 먼저 일본에 오게 되었다. 그러나 다음날, 인도네시아에서 큰 지진이 발생해 수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낳았고, 루시아의 부모님은 이 사건으로 유명을 달리하게 되었다. 하루카의 부모님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루시아를 입양하기로 결정했고 그 절차를 착실히 밟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 하루카 외할머니의 일주기 때문에 부모님이 집을 비우게 되었는데, 때마침 같이 살던 삼촌도 집을 비우게 되어 하루카와 루시아, 할아버지 셋이서 집을 보게 되었다.
그날 또 다른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모두가 잠든 밤 별채 안방 옆에 위치한 할아버지 취미 생활 공간인 공방에서 불이 나 삽시간에 별채를 집어삼켰고, 이 화재로 하루카를 제외한 할아버지와 루시아가 죽고 만다.
하루카도 전신 화상을 입고 목숨이 위험한 지경이었지만, 어머니에게서 상당한 양의 피부와 피부은행에서 조달한 피부를 이식받는 수술을 받고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그리고 성공적인 재활 훈련을 거쳐 사고 두 달 만에 퇴원하게 되었다.
그러한 하루카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할아버지의 유언에 따른 거액의 유산이었다. 단, 유산을 상속하기 위해서는 피아니스트라는 하루카의 꿈을 이루어야 했다. 이후 재활 훈련에 조급해하지 말라는 담당의의 말에도 하루카의 엄마는 서둘러 하루카를 예정되어 있던 사립 음악학교에 입학시켰고, 하루카의 사정을 봐줄 수만은 없다는 교장선생님의 말에 하루카에게 피아노 연습을 종용한다. 그 과정에서 하루카의 피아노 선생님의 후배인 미사키 요스케에게 재활 훈련을 겸한 레슨을 받게 되었고, 하루카는 피아노 실력은 단기간에 눈에 띄게 향상된다.
그렇게 모든 게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처럼 보였으나 하루카가 크게 다칠뻔한 사고가 잇달아 발생했고, 미사키는 그것이 누군가에 의해 교묘하게 사고로 위장된 장난질이라며 하루카에게 조심하라는 주의를 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하루카의 엄마가 돌층계에서 떨어져 죽는 사고가 발생한다. 경찰은 고즈카 일가에 단기간에 일어난 일련의 사고가 범죄 사건일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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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출간된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의 새로운 이야기 『이별은 모차르트』를 읽기에 앞서 이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 『안녕, 드뷔시』를 읽었다.
작품에 푹 빠져 술술 읽고 지나갔지만 진실에 대한 모든 힌트가 작품 곳곳에 이미 주어져 있었다는 충격적인 결말에 다시 한번 책장을 앞으로 넘겨볼 수밖에 없었다. 알고 읽으니 진실이 너무나 명확하게 보이더라는….
이렇게 흡입력과 가독성이 뛰어나고 충격적인 반전을 보여주는 소설이 지금으로부터 17년 전에 집필된 작품이라는 사실이 새삼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 이야기는 사고와 그로 인한 장애를 음악으로 극복한 하루카라는 소녀의 성장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하루카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고통을 인내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드뷔시의 곡을 완벽하게 연주해냄으로써 자신의 운명을 개척한다. 그 연주는 하루카의 목표 달성을 보여주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것이었다.
이 책에 서술된 연주 장면들의 묘사를 보고 있으면 실제 연주를 보고 듣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벅찬 감동이 차올랐다. 어떻게 음악적 느낌을 이렇게 맛있게 표현할 수 있을까? 새삼 나카야마 시치리의 음악적 소양과 그것을 전달하는 필력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그러나 감동의 순간도 잠시, 반전의 제왕이라는 작가의 명성처럼 마지막 순간 훅 치고 들어오는 소름 끼치는 반전과 먹먹한 결말은 이야기가 끝났음에도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여운을 가져다주었다. 아마 이 소설을 읽은 대부분의 독자들이 이런 마음을 가졌기에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가 지금까지 쭉 이어오고 있지 않을까?
해박한 클래식 음악적 소견과 긴장감 넘치는 사건과 사고, 매력적인 반전의 묘미가 조화를 이루는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는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만한 작품임이 틀림없다.
아직까지 이 시리즈의 작품을 한 편도 읽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읽어보기를 적극 추천한다. 분명 후회 없는 신의 한 수가 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