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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사탕님의 서재
  • 세계사를 만든 30개 수도 이야기
  • 김동섭
  • 19,800원 (10%1,100)
  • 2024-12-18
  • : 3,370


런던, 파리, 도쿄, 베이징 등은 각 나라를 대표한다 할 수 있는 도시인 동시에 그 나라의 수도들이다. 그 도시들은 당연하게도 그 나라의 다른 어떤 도시보다 경제가 발달해있고 규모가 크고 인구 밀집도가 높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간혹 헷갈려 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뉴욕, 토론토, 시드니와 같은 도시들은 각각의 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도시이기에,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캐나다의 수도가 토론토이며 호주의 수도는 시드니라는 착각을 한 경험이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착각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도인 서울이 명실상부 최대이자 가장 대표 도시인 대한민국에서는 이와 같은 이유가 궁금해지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한국사에도 고려사 부분에서 단골로 나오는 묘청의 서경 천도 운동과 같이 수도 혹은 도읍지를 옮기고자 했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국가와 수도의 관계는 사실상 필연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수도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과거와 현재의 수도들은 어떻게 형성되어 온 것일까?


수도의 정의는 다양할 수 있다. 당장 프랑스어 사전 중 『르 프티 로베르 Le Petit Robert』에서는 "한 국가나 지방에서 제1열에 위치하고 있는 도시"라고 정의되어 있는 반면에, 『르 프티 라루스 Le Petit Larousse』는 "국가나 정부의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장소"라고 정의하고 있다.

현재 세계 각국의 수도를 보면 제각기 다른 역사와 수도로의 선정 이유, 현재의 위상 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특히 유럽의 경우 영국과 프랑스를 제외한 곳에서는 근대에 이르기 전까지는 수도는 고사하고 국가 간의 경계조차 모호한 곳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이들 나라에서는 수도라는 개념 자체가 근대 국가의 성립 이후에야 비로소 확립된 것이다.


역사 지리학자인 노먼 파운즈는 중핵 지역이라는 개념을 빌어 유럽을 설명하였는데, 이 책의 저자는 이를 차용하여 수도를 네 가지의 분류로 나누었다.

그것은 각각 중핵 수도, 신중핵 수도, 이중핵 수도, 그리고 다중핵 수도이며, 로마, 뉴델리, 마드리드, 베를린이 각각의 유형에 대한 예시이다.

모두 대중들에게 매우 친숙한 이름이지만, 보통은 그 수도의 성격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지는 않기에 이와 같은 차이점들을 쉬이 간과했을 수 있다. 그렇기에 알고 있는 도시들을 구체적 상황에 따라 이와 같은 분류 중 어느 쪽에 속하는지를 고민해 보는 것 또한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전 해 볼 만한 것일 수 있다.


『세계사를 만든 30개 수도 이야기』에는 수많은 유명 도시들과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도시들이 나오는데, 그중에서 몇을 고르자면 카라코룸과 오타와가 어느 정도 독특한 성격과 역사를 잘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카라코룸의 경우 다소 생소할 수 있는데, 과거 대제국 시기의 몽골의 수도로 수십 년을 지내다가 쿠빌라이 칸 대에 이르러서 다른 도시에 수도의 자리를 넘겨주게 된 도시이다.

이 도시의 수도 선정은 조금 특이하다. 애초에 몽골은 유목 민족인 만큼 정착 생활에는 그리 익숙지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대제국으로 확장해 나감에 따라 고정된 수도가 요구되었고, 카라코룸이 그 수도로 정해진 것이다. 이곳에는 과거 궁전이 건설된 적도 있었다 하나, 몽골인들은 도리어 외부에 게르를 설치해 거주했다고도 한다. 이후 쿠빌라이 칸 대에 이르러 아리크부카와의 계승 다툼 등의 이유로 카라코룸을 벗어나 상도로 수도가 정해졌고, 후에는 현재의 베이징인 대도가 원의 수도가 되었다.



오타와는 캐나다의 수도이지만 토론토, 몬트리올, 밴쿠버 등의 이름에 가려 잘 드러나지 않는다. 오타와는 어떻게 이러한 쟁쟁한 후보들을 뚫고 캐나다라는 지구상 국가 중 면적으로는 2위인 강대국의 수도로 선정될 수 있었던 것일까?

선정 과정을 들여다보면 과거 식민지 시절 영국령과 프랑스령 지역의 분쟁, 이후에는 이를 계승한 도시들 사이의 의견 불일치로 인해 대도시 중에서는 어느 하나를 선정할 수가 없었기에, 당시에는 새로 생겨나는 중이었던 시골 마을 오타와를 수도로 삼게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작았기에 수도로 선정되는 데 걸림돌이 없었던 것이다. 당시에 고려했던 것으로는 미국과의 국경에서 거리가 있다는 점, 지리적으로 숲에 둘러싸이고 절벽면에 위치해 방어에 유리하다는 점 등도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세계사를 만든 30개 수도 이야기』는 역사와 현재를 연결 지어 세계 여러 국가 수도들의 과거, 변천 등을 집약적으로 이야기하며 추가적으로 관련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역사와 지리를 연결 지으려는 시도는 여러 부문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나, 이와 같이 수도라는 어떠한 상징적인 지리적 특징을 중점적으로 바라보며 이를 분석하고 설명하는 접근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참신하고 의미 있는 접근이었기에 이 책을 읽으며 새로운 관점과 깊이 있는 직관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의 내용들은 세계사나 세계지리에 관심이 있다면 꼭 보아야 하는 것이며, 그렇지 않더라도 교양으로 알아두기에는 매우 유용한 것들이기에 반드시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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